- 박수용, 오성윤, 황도윤
2024년 5월은 유럽 축구계 시즌 마무리를 하는 달이다. 각 리그의 챔피언들과 컵대회의 챔피언들이 가려졌다. 독일에서는 알론소가 이끄는 레버쿠젠이 분데스리가 무패우승에 이어 DFB포칼까지 우승하며 더블을 이뤄냈다. 전통의 강호 바이에른 뮌헨은 3위, 도르트문트는 5위로 부진한 활약을 펼친 가운데 슈투트가르트 역시 준우승으로 이변을 차지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맨체스터 시티가 우승하며 PL 역사상 첫 4회 연속 우승을 이뤄냈으며 두 개의 컵대회는 각각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우승을 차지했다. 라리가는 예상대로 우승후보 `1순위인 레알 마드리드가 우승했고 지로나가 돌풍을 일으켰으며 코파 델 리에는 바스크의 사자들이라 불리는 빌바오가 우승을 차지했다. 세리에 A에서는 시모네 인자기가 이끄는 인테르가 승점 95점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을 거뒀으며 코파 이탈리아에서는 하락세의 유벤투스가 상승세의 아탈란타를 잡고 우승을 차지했다. 아탈란타는 비록 코파 이탈리아를 놓쳤지만 시즌 무패를 기록하던 레버쿠젠을 3-0으로 대파하며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뤄냈다.
그리고 이제 단 한 경기가 남았다. 현재 축구 종목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 중 하나인 UEFA 챔피언스리그다. 결승전은 6월 1일 새벽 4시, 웸블리에서 열린다. 통산 15회째 우승을 노리는 레알 마드리드와 11년 전 웸블리에서 바이에른의 트레블에 제물이 되며 아쉬움을 삼켰던 도르트문트가 우승에 재도전한다. 객관적인 전력은 레알 마드리드가 우세하지만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역시 토너먼트 내내 좋은 모습을 보였기에 승리를 속단하기는 어렵다. 이 글에서 양 팀의 전력을 소개해보겠다.
개요
2023-24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vs 레알 마드리드
시간: 2024년 6월 2일 일요일 AM 04:00
장소: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주심: 슬라브코 빈치치
상대전적: 레알 마드리드 우세 (6승 5무 3패)
리그 5위라는 다소 아쉬운 성적으로 리그를 마무리한 도르트문트다. AT 마드리드, 파리 생제르망 등을 꺾고 유럽대항전 결승 무대에 오르며 직접 UEFA 리그 계수를 확보해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확보했고, 이를 통해 레알 마드리드와의 결승 무대 승패 여부와 관계없이 다음 시즌도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게 됐다.
이렇듯 챔피언스리그 티켓이라는 1차적인 목적은 달성했음에도 5위에 그친 리그 순위는 여전히 아쉬운 결과다. 근 몇 년간 리그 2~3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는 도르트문트였기 때문에 기존의 챔피언스리그 운영 방식이 유지되었다면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우승하지 못한다면 약 10년 만에 유로파리그 무대로 떠나는 신세가 될 수도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이번 시즌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인 레버쿠젠, 슈투트가르트, 라이프치히와의 리그 6경기에서 단 한 경기도 승리를 챙기지 못한채 통산 2무 4패라는 처참한 기록을 남기며 장기적으로 본다면 리그 내 경쟁력을 잃어버릴 수 있는 좋지 않은 상황에 빠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르트문트는 이번 시즌 토너먼트에서 골대 운이 따르거나 기적적인 역전극을 만들어내는 등 상당히 강한 면모를 드러냈다. 무엇보다도 이번 시즌을 끝으로 꿀벌 군단의 선봉장이자 정신적 지주인 마르코 로이스가 팀을 떠나기 때문에 그의 마지막 경기를 우승으로 장식해주어야 한다는 선수단의 일념은 레알의 우승이 예상되는 경기 결과를 뒤집을 힘이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시즌 초반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와 수월하게 진행된 라리가에서 우승을 이뤄냈다. 그리고 UCL에서도 챔피언스리그의 제왕이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게 라이프치히, 맨체스터 시티, 그리고 바이에른 뮌헨이라는 만만치 않았던 대진을 돌파하고 결승전을 맞이한다.
라리가 우승을 조기에 확정지은 레알 마드리드는 그 뒤론 전술적 실험과 선수들의 컨디션 유지에 힘을 쓰고 있다. 안되면 되게 만드는 그들의 마법 같았던 여정은 특히나 UCL에서 빛이 났었고, 얼마 전 토니 크로스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신발을 벗게 되며, 그들이 바라보는 유럽 챔피언의 가치는 전보다 더욱더 무겁게 느껴지고 있다.
갑작스럽게 부상자 명단에 등재된 추아메니를 대체하기 위한 조합들을 지속적으로 찾고 있으며, 이는 부상에서 복귀한 밀리탕의 당일 핏과 함께 승부가 결정되는 변수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포메이션: 4-2-3-1
감독: 에딘 테르지치
결장: 마테우 모레이, 라미 벤세바이니, 쥘리앵 뒤랑빌, 세바스티앙 알레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만 통계적으로 6개의 득점을 차단한 코벨이 선발 출장할 것이 예상되며, 전체적으로 큰 변화를 주지 않고 큰 경기와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선보였던 베스트 일레븐을 가동할 것이 유력하다. 모두가 기대하는 마르코 로이스는 아데예미 혹은 산초와 교체하여 공격적인 카드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외에 세바스티앙 알레, 라미 벤세바이니, 마테우 모레이 등의 부상 결장이 예상되며, 알레의 결장으로 인해 테르지치 감독이 활용할 수 있는 최전방 옵션이 줄어 득점이 절실한 상황이나 공격적인 변화를 주어야 할 경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외의 결장 인원들은 전력적으로 큰 손실로 보기 힘들다.
포메이션: 4-3-1-2
감독: 카를로 안첼로티
결장: 다비드 알라바, 오렐리앵 추아메니
안첼로티는 리그 최종전인 레알 베티스와의 사전 인터뷰에서 "이 경기는 결승전 준비 매치"라는 말과 함께 이가 곧 UCL 결승전 스타팅 라인업이 될 것임을 암시했다. 이에 따라 기존 자리가 부상 공백으로 인한 예상이 쉽지 않았던 골키퍼와 미드필더 라인의 구성이 쿠르투아와 카마빙가로 굳혀지는 듯 보인다.
앞서 말했듯 추아메니의 부상으로 인해 3선과 센터백 라인의 변화가 있었으며, 리그 복귀 경기들에서 최고조의 폼까지는 끌어올리지 못한 밀리탕 같은 경우 벤치에서 시작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다만 결장 인원들의 클래스와 유틸리티성을 고려한다면 안첼로티 입장에선 쉬운 결정을 내릴 수 없었을 것이다.
마르코 로이스의 고별전이 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승리로 장식하기 위한 도르트문트 선수단의 응집력이 대단하며 이를 바탕으로 한 집중력은 토너먼트에서 변수로 작용할 확률이 높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코벨의 성적이 매우 훌륭하다. 선방 수와 선방 확률에서 모두 최상위권의 지표를 보유중이며 이를 통해 통계적으로 무려 6개의 득점을 차단해냈다. 클린시트 및 PK에 관해서도 강한 모습을 드러냈고, 준수한 발밑 능력 또한 도르트문트가 경기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빅찬스 창출에 비해 빅찬스 미스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한 골이 중요한 토너먼트 싸움에서 도르트문트의 비효율적인 득점 전환률은 경기 결과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수비 공간에 대한 전반적인 커버가 좋지 않다.수비 전환 상황 시 수비라인 뒷공간에 대한 커버와 수비 블록을 형성했을 때 미리 패스 길목을 차단하지 못하거나 수비 간격을 빠르게 좁히지 못해 공간을 허용하는 경우가 잦다.
엠레 잔이 홀로 3선을 커버하는 1-4-1-4-1 형태의 수비블록을 주로 형성하는데,포켓 공간에 대한 점유를 바탕으로 공격 상황을 이끌어나가는 주드 벨링엄, 비니시우스 등에게 해당 공간을 공략당할 수 있으며 볼을 정확히 투입할 수 있는 선수도 많기 때문에 이 점을 주의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맨시티전과 같이 상대 미들라인의 간격을 넓히거나 미들라인 뒷공간을 공략하는 접근법에 능숙한 레알 마드리드이기 때문에 발베르데 등 중거리 슈팅 능력이 출중한 선수들을 철저히 마크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호셀루, 벨링엄, 귈러 등 수비라인 사이에서 기회를 잡아 득점으로 연결하는 능력이 뛰어난 선수가 많기 때문에 이는 수비공간에 대한 전체적인 커버에 다소 어려움을 겪는 도르트문트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노장임에도 불구하고 건재한 신체 능력과 노련한 수비 능력을 선보이는 훔멜스와 이를 적절하게 커버해주는 슐로터벡의 수비 조합은 레알 마드리드의 막강한 공격라인을 막아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슐로터벡의 공격 능력은 레알의 수비진을 상대로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번 시즌 자비처의 1선 침투 능력은 도르트문트의 공격 상황에 있어서 좋은 변수로써 기능했고, 이러한 자비처의 변칙적인 쇄도 능력은 레알 마드리드 수비진에 혼돈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챔피언스리그의 왕이라 불리던 레알 마드리드는 무려 43년 전인 1980-81 시즌 리버풀전을 마지막으로 결승 진출 시 패배가 없었던 레알 마드리드의 챔피언 DNA와 토니 크로스의 라스트 댄스는 우승컵으로 시즌의 방점을 찍을 동기부여가 충분하다.
게다가 장기 부상으로부터 복귀한 티보 쿠르투아가 최근 경기에서 절정의 폼을 다시 보여주고 있어, 21-22시즌의 재림을 기대해도 좋다. 실제로 쿠트루아는 2년 전 결승전에서 리버풀의 맹공을 모두 막아내며 결승전 최고의 선수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좌측면 사이드라인, 3선에서의 기동력이 활발하지 못하다. 풀백으로서의 전진성이 떨어지는 페를랑 멘디와 수비에 특화되지 않은 토니 크로스 사이의 공간은 도르트문트의 빠르고 기동력 좋은 자원들이 노리는 먹잇감이 될 확률이 있다. 실제로 바이에른 뮌헨과의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크로스, 멘디, 나초가 있는 이 삼각지 부분과 카르바할 대신 바스케스가 나온 오른쪽 부분이 모두 공략당하면서 크게 밀리는 경기를 했다.
코너킥 세트피스 수비 시퀀스에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비효율적인 포지셔닝이나 마크 선수를 놓치는 일이 큰 경기에서 꽤나 보였었기에 이를 반드시 보완하여 수비진의 퀄리티를 한층 더 끌어올려야한다. 슐로터벡, 훔멜스 모두 도르트문트에서 공격력이 입증된 선수들이기에 더욱더 중요시해야할 부분이다.
최근 챔피언스리그에서 벨링엄은 잦은 집중 견제와 컨디션 저하로 인해 시즌 초반 절정의 폼을 뽐내지 못하고 있다. 도르트문트의 3선을 공략해야 하는 중요한 임무를 지닌 키 플레이어기에 기복 없는 플레이를 선보여야 할 것이다.
3선에서 문제점을 보이는 도르트문트라면, 토니 크로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이다.
주로 상대의 미드 블록의 균열을 일으키는 패스를 선호하는 크로스의 플레이와 이 사이에 위치하는 벨링엄, 발베르데의 오프 더 볼 움직임의 클래스는 약점으로 지목되는 도르트문트의 블록을 보다 쉽게 뚫을 수 있을 것이다.
출생일: 1999년 12월 1일
신체조건: 키 191cm / 체중 86kg
주 포지션: 센터백
3대 평점사 UCL 평정: (7.26 / 7.15 / 6.83)
(※ 3대 평점사는 풋몹 / 소파스코어 / 후스코어드)
레알 마드리드와의 승부에서 주도권을 잡기 어려울 것이고, PSG전과 같이 기본적으로 수비적인 태도를 바탕으로 경기에 임할 것이 유력한 도르트문트다. 따라서 조금의 틈이라도 허용한다면 이를 곧바로 실점 위기로 치환할 수 있는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을 슐로터베크가 얼마나 철저하게 커버하느냐에 따라 도르트문트의 수비 상황, 더 나아가 공격 전환 상황에서의 난이도가 달라질 것이다. 또한 훔멜스와 함께 수비블록의 집중력을 얼마나 높이느냐에 따라 이 경기의 결과가 뒤바뀔 수 있다.
수비 능력 뿐만 아니라 공격적으로도 기여도가 높은 자원이기 때문에 슐로터벡이 후방에서 얼마나 효율적인 선택지를 택하고 안정적인 개인 능력을 선보이느냐가 공격 기회가 많지 않을 도르트문트에게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출생일: 1998년 7월 22일
신체조건: 키 182cm / 체중 78kg
주 포지션: 중앙 미드필더
3대 평점사 UCL 평정: 7.28 /7.12 / 6.9)
(※ 3대 평점사는 풋몹 / 소파스코어 / 후스코어드)
레알 마드리드가 경기를 주도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만큼 빠른 발을 가진 도르트문트는 역습 상황에서도 날카로움을 뽐낼 수 있다. 이때 공-수 양면으로 최고의 퍼포먼스를 뽐낼 수 있는 페데리코 발베르데는 또한 지공 상황 시 많은 견제를 책임져야 하는 비니시우스를 역이용하여 우측면에서 또 다른 찬스를 생성할 수 있는 선수이다.
최근 리그 경기에서 중거리포로 골 감각을 되찾은 발베르데는 날카로운 중거리 슈터로서의 역할 또한 기대할 수 있는 마드리드의 엔진과 같은 존재이다.
현재 전력과 상대전적, 그리고 큰 무대에서의 경험 모두 레알 마드리드가 크게 앞서는 상황이다. 게다가 로이스의 라스트 댄스라는 것이 무색하게 로이스는 교체 출전이 예상되며 도리어 레알 마드리드의 토니 크로스 역시 UEFA 유로 2024를 마지막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했기에 레알 마드리드 입장에서도 토니 크로스의 라스트 댄스라는 명분으로 응집하기 쉬운 상태다.
유러피언 컵 포함 레알 마드리드의 결승전 전적은 17전 14승 3패이며 마지막 패배 역시 1980-81 시즌에 리버풀에게 패한 경기로 무려 43년 전의 일이다. 반면 도르트문트는 결승에 2회 진출해 1996-97 시즌에는 유벤투스를 격파하고 우승했고 2012-13 시즌에는 바이에른 뮌헨에게 한끝차로 패했다. 결승전에서의 DNA 차이도 확실히 크다. 즉 레알 마드리드는 확실히 골리앗이고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다윗이다.
하지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는 다윗이 골리앗을 잡은 사례가 종종 있었다. 아스톤 빌라와 포르투, 그리고 개편 이후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는 당시 압도적인 탑독으로 평가받던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결승전에서 불리한 경기 내용에도 최소한의 찬스를 살려내며 빅이어를 들었고 2005년의 AC 밀란 역시 압도적인 강세에도 리버풀에게 이스탄불에서 대역전극을 허용했으며 2020-21 시즌 역시 탑독으로 평가받던 맨체스터 시티가 첼시에게 패배를 허용하며 첫 빅이어를 2년 뒤로 미뤄야했다.
레알 마드리드가 대단한 전력을 가지고 있으며 결승전에 강하지만 단판 승부이기에 저런 부분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90분 내내 골문을 두드리고도 상대방보다 많은 득점을 하지 못하면 승부차기에서 질 수 있는 게 UCL 결승전 아니던가. 단판이기에 예측이 어렵고 재밌는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여러분도 함께 즐기기를 바란다.
원문 보기
- 황선재
에딘 테르지치(Edin Terzic). 12년 전에 관중석에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응원했던 한 팬. 지금은 11년 만에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이끈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감독. 지금부터 그에 대해 소개하려고 한다.
1982년 서독 시절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 태어나며, 벌써부터 도르트문트와의 인연을 시작한 그는 선수 시절 내내 처진 공격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선수 시절의 활약도는 미미했고, 결국 2010년 BV 클로펜부르크에서 28세의 나이에 은퇴했다.
이후 그는 은퇴함과 동시에 당시 감독이었던 위르겐 클롭 하에 도르트문트 유소년 팀의 감독과 스카우터를 겸직하며 꿀벌 군단과의 인연을 시작한다. 그렇게 감독직과 스태프직을 동시에 시작한 그는 2012년에는 크로아티아 대표팀 전력분석관, 베식타스(2013~2015)와 웨스트햄(2015~2017)에서 수석코치를 하며 다방면의 경험을 쌓았고 2018년에 도르트문트의 수석코치가 되어 뤼시앵 파브르를 보좌하며 다시 도르트문트에 복귀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꿀벌 군단과의 동행이 시작한 그. 당시 파브르 감독이 바이에른 뮌헨과 시즌 막판까지 우승 경쟁을 하는 센세이션을 일으키는데 공헌을 세우고 2019~20시즌에는 2군 팀 감독대행까지 맡으며 도르트문트 그 자체의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대망의 2020-21시즌, 파브르 감독이 슈투트가르트전에서 1-5 대패를 당해 리그 5위로 가라앉자 경질되고 테르지치가 남은 시즌 동안 대행으로서 감독직을 수행하며 드디어 도르트문트의 Head Coach, 감독이 되기에까지 이르렀다.
아마 대부분의 팬들은 그가 1군 감독을 맡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대행으로서 위기만 어느정도 극복하고 버텨주기만 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때부터 능력을 어김없이 보여주었는데, 일단 부진하던 에이스 윙어인 제이든 산초와 면담을 하며 다시 폼을 찾는 데 도움을 주었고 초반 팀의 부진을 딛고 리그 3위 기록 및 UEFA 챔피언스리그 8강을 이룩하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했다.
그리고 화룡점정으로, DFB포칼에서 명장 율리안 나겔스만이 이끄는 RB 라이프치히를 4-1로 대파하고 기어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9년 전, 관중석에서 도르트문트를 응원했던 한 팬이 이제는 감독으로 직접 우승이라는 시나리오. 시뮬레이션 게임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나며, 대행이었던 그의 낭만 서사는 ‘해피 엔딩’이라는 결말을 맺는 듯했다.
이후 마르코 로제 감독이 부임하며 2021-22시즌에는 테크니컬 디렉터로 복귀하며 다시 스태프의 역할을 맡으며 지내는 듯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로제 감독이 신통치 않은 모습을 보이며 경질되었다. 그렇게 로제 감독의 빈자리를, 지난 시즌에 포칼을 들어 올린 영웅 테르지치가 2022-23시즌부터 정식 감독으로 내정되며, 그의 도르트문트 감독 스토리가 2탄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포칼을 들어 올렸음에도 감독 경력이 전무했기 때문에, 이번 이야기에서도 팬들의 기대감은 크지 않았다. 게다가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팀의 주포였던 엘링 홀란드와 주축 수비수인 마누엘 아칸지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에, 중원을 담당하던 악셀 비첼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이적했고 홀란드의 대체자로 영입된 세바스티앙 알레에게 종양이 발견되며 전반기 결장이 확정되어 생각보다 위기를 맞게 된다. 그래서인지 어쩌면 누군가는 ‘도르트문트의 암흑기가 도래했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테르지치는 아니었다. 아니, 사실 리그 초반에는 그들의 예상대로 흘러갔다. 라운드마다 기복을 보여주며 전반기가 종료되는 15라운드까지 6위에 그치며 암흑기가 도래될 것이라는 그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하지만, 어느 드라마나 영화 서사에나 있을 법한 반전이 시작된다.
후반기가 시작하자마자 아우크스부르크를 잡는 것을 시작으로 8경기 연승, 10경기 무패 행진을 보여주며 25라운드에는 기어코 1강의 바이에른 뮌헨을 따돌리고 1위에 안착하는데 성공했다. 비록 26라운드에서 우승 경쟁팀이었던 바이에른 뮌헨에게 2-4로 패해 다시 2위로 내려앉았지만 이후 33라운드까지 무패를 기록하며 기어코 다시 리그 1위를 찾는데 성공했다.
마인츠와의 경기에서만 승리하면 바이에른 뮌헨의 독주를 무너뜨리고 11년 만의 ‘마이스터 샬레(리그 우승컵)’를 찾는데 성공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마지막 경기는 지그날 이두나 파크, 즉 그들의 홈에서 열린 데다 마인츠는 강등도, 유럽 대항전 진출도 모두 관련이 없어진 만큼 도르트문트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잔혹한 마무리였다. 이재성의 도움 활약으로 마인츠가 2-1로 리드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기어코 바이에른 뮌헨이 쾰른 원정에서 막판에 자말 무시알라의 역전골이 나오며 순위가 다시 역전되었다. 이후 뮌헨은 리드를 지키며 승리하는데 성공했고, 도르트문트는 마지막에 니클라스 쥘레의 동점골이 나왔지만 승점을 뒤집지 못하며 결국 리그를 가져오는데 실패했다. 그렇게 2022-23시즌은 뜨거운 서사를 보여주었지만 반전의 모습을 보여주며 눈물겨운 마무리를 했다.
그렇게 준비한 다음 시즌인 테르지치의 2023-24시즌. 이적 시장부터 냉혹했다. 팀의 중원 에이스였던 주드 벨링엄과 측면 수비를 책임졌던 하파엘 게레히루가 각각 레알 마드리드와 바이에른 뮌헨에 이적한 것이었다. 비록 펠릭스 은메차, 마르첼 자비처, 니클라스 퓔크루라는 준척급 선수들을 영입했지만 역시 벨링엄과 게레히루를 내보낸 것이 문제였을까? 리그에서는 삐걱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시즌 내내 그들의 작년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하고 4위와 5위를 번갈아 위치한 끝에 결국 뒤집지 못하고 5위로 아쉬운 마무리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드라마 서사는 리그가 무대가 아니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파리 생제르맹, AC 밀란,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한 조를 이루며 이른바 ‘죽음의 조’를 형성한 그들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기 어려워 보였다. 그런데, 테르지치의 그들은 해냈다.
비록 조별예선 1, 2라운드에는 파리에 0-2로 패하고 AC 밀란에 0-0으로 무승부를 하며 반전이 없어 보였지만, 이후 내리 3연승을 했고 마지막 라운드에서 파리와 1-1 무승부를 하며 기어코 조 1위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렇게 진출한 16강, 이때부터 본격적인 드라마가 시작되었다.
PSV를 만나 1차전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해 많은 이들의 불안감을 샀지만, 기어코 2차전에서 2-0으로 승리하며 가뿐히 8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상대는, 스페인의 명문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였고, 예상대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홈에서 1-2로 패하며 반전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2차전에서, 지그날 이두나 파크라는 무대에서 4-2라는 대승을 거두며 기어코 뒤집어 4강에 안착했다.
그렇게 올라간 4강의 상대는, 조별예선에서도 만난 프랑스의 메가 클럽 파리 생제르맹. 당연히 대부분 팬들은 파리의 승리 및 결승행을 점쳤고, 심지어 도르트문트 팬들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테르지치라는 드라마 작가는, 서사를 그렇게 쓰지 않았다.
오히려 1차전에서 1-0으로 승리하며 승기를 먼저 잡았고, 2차전에서 파리가 뒤집을 수 있다는 예상도 뒤집으며 기어코 파리의 홈인 파르크 데 프랑에서도 1-0으로 승리하며 기어코 11년 만의 결승 무대에 안착했다. 그렇게, 클롭 감독을 보좌하며 11년 전에도 그들의 결승 무대를 지켜본 그가, 이번에는 직접 그들을 이끌고 결승 무대 진출이라는 시나리오를 썼다.
도르트문트의 주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에서 태어나 선수를 은퇴한 이후 도르트문트와 줄곧 인연을 이어왔던, 보루센의 한 팬. 그 팬이 직접 감독직을 맡아 반전의 반전을 보여주며 기어코 ‘챔피언스리그 결승’이라는 시나리오를 작성했다는,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 하지만, 아직 그 드라마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이 끝나지 않은 만큼 완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한 팬이 이룩 시킨 도르트문트의 챔피언스리그, 어쩌면 이것도 우리가 축구를 보는 재미 중 하나가 아닐까?’
그리고 그 팬을 응원하는 한 팬으로서, 이번 대회든 언제든 응원하겠노라고 한 마디를 남기며 칼럼을 마무리하겠다.
원문 보기
- 조장현
레알 마드리드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이 어느덧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도르트문트에서의 마르코 로이스의 라스트 댄스가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를 바라지만, 레알 마드리드 역시 절대 빅이어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견의 여지없는 챔피언스리그 역사상 최고의 팀이다. 전신인 유러피언컵의 시작을 5연패로 장식했고, 개편 이전과 이후를 합쳐서 총 14번 우승하며 압도적인 차이로 최다 우승의 지위를 지키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를 제외하면 그 어떤 팀도 두 자릿수 우승에 도달하지 못했고, 최다 우승 2위인 AC 밀란의 우승 횟수는 레알의 절반인 7회에 불과하다. 빅이어는 레알의 자존심이고 양보란 절대 있을 수 없다.
잠시 시계를 돌려 10년 전으로 가보자. 10년 전에도 레알 마드리드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했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La Decima', 그들의 10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이었다.
10년 전의 레알은 지금의 레알과 여러모로 닮아있다. 그 당시 구성원의 일부는 여전히 레알 소속이며, 10년 전의 우승 과정에서 상대했던 팀들을 이번에도 다시 만나게 됐다. 그 때와 다르게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은 역시 결승전의 결과일 것이다.
10년 전 레알의 감독 역시 지금의 감독인 카를로 안첼로티였다. 유벤투스와 밀란, 첼시, 파리 등의 팀을 맡은 뒤 레알에 왔으며, BBC 라인 결성과 디 마리아의 메짤라 전향 등을 통해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었다.
루카 모드리치와 다니 카르바할, 나초 페르난데스는 10년 전의 우승을 함께 했으며, 이 중 모드리치와 카르바할은 당시 결승전에 선발 출장했었다. 10년 전에는 카스티야 소속이었던 프란 가르시아와 루카스 바스케스 역시 이번 결승 명단에 포함될 것이 유력하다.
결승전 상대는 아니었지만 10년 전에도 도르트문트를 만났던 것 역시 유사하다. 홈에서 열린 8강 1차전은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3:0 승리를 거뒀고, 원정 2차전에서는 0:2로 패하면서 합산 3:2로 4강에 진출했다.
10년 전의 4강전 상대 역시 이번과 같은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홈에서 열린 1차전은 1:0 승리로 장식했고, 원정에서 열린 2차전은 4:0 대승을 기록하며 합산 5:0의 압도적인 스코어로 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꽤나 유명하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결승전, 고딘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초 단위까지 잊을 수 없는 시간’ 92분 48초에 라모스의 동점골이 터지며 연장 혈투 끝에 4:1 승리로 그토록 염원하던 ‘라 데시마’를 달성할 수 있었다.
10번째 우승 뒤에도 레알의 시간은 결코 잠잠하게 흐르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명성에 걸맞게 화려하고도 다사다난했다. 카를로 안첼로티와의 동행은 그 다음 시즌까지였다. 후임으로 라파엘 베니테즈가 왔으나 부진한 모습으로 금새 경질됐고, 뒤를 이은 지네딘 지단은 챔피언스리그 개편 이후 최초의 쓰리핏을 달성하며 또 다른 왕조를 건립했다.
그러나 그 쓰리핏 이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지단 모두 레알에 작별을 고했고, 레알의 전력은 급격히 약해졌다. 지단은 금방 돌아왔고, 팀의 부흥을 위해 분전했지만 예전의 명성을 찾기는 어려워 보였다. 다시 레알의 선택은 안첼로티였다.
두 번째로 맞는 첫 시즌, 안첼로티는 파리, 첼시, 맨시티, 리버풀과 같은 유럽의 거함들을 모두 격침시키고 아무도 예상 못한 14번째 빅이어를 따냈다. 그 다음 시즌에는 챔스보다 어려운 코파 델 레이를 따냈고, 세 번째이자 다섯 번째 시즌, 이제 그 결말을 앞두고 있다.
10년 전의 10번째 빅이어를 올해의 15번째 빅이어로 기념할 수 있다면 레알 마드리드에게는 더 없이 행복한 결말이 될 것이다. 마드리디스타들은 'La Decimoquinto'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준비가 되어있다. A Por La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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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민석
누구나 마음속에 품어둔 자신만의 아이돌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가수를, 다른 이는 배우를, 누군가에게는 마음에 품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2024년 6월2일, 한국시간 새벽 4시에 웸블리에 입장하는 도르트문트 유니폼의 가슴엔 뚜렷이 한 사람을 마음속에 품고 레전드의 마지막 챔피언스리그에 임할 것이다.
등번호 11번, 마르코 로이스
10년이 넘는 세월, 지그날 이두나 파크와 함께 울고 웃었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상징이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라는 빅네임의 클럽에서 11년을 뛴 실력있는 선수이지만 도르트문트에서의 시작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어린 시절, 체격이 왜소하다는 이유로 도르트문트 유스 팀에서 방출된 로이스는 독일 3부리그 로트 바이스 알렌으로 이적하게 된다.
3부리그에서 자신을 갈고 닦을 시간을 보내게 된 소년은 소속팀 로트 바이스 알렌을 2부리그로 승격시키고 그 잠재성과 능력을 인정받아 독일 1부리그, 분데스리가의 뮌헨글라드바흐로 이적한다.
이적 직후 10/11시즌에 2부리그 강등의 위기에 빠진 팀을 구하고 그 다음 시즌 11/12시즌에는 뮌헨글라드바흐의 챔피언스리그 진출의 1등공신 격으로 조명 받는등 자신의 성장세를 만천하에 드러낸다.
그리고 2012년 여름, 청년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로 금의환향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때부터 로이스의 커리어는 뭔가 아쉽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엄청난 재능과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칼 2번과 DFL슈퍼컵 3번의 우승 이라는 커리어가 있지만 로이스의 이름값에 비하면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분데스리가에서는 바이에른 뮌헨에게 번번히 밀렸고,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에서도 번번히 강호들에게 발목을 잡혀 메이저 대회 우승을 하지 못했다.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에서는 더욱 상황이 안타까웠다. 2014년 월드컵에서 독일이 우승했을 때, 로이스는 발목 부상으로 월드컵 엔트리에 승선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이후의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의 성적은 커브볼의 낙차처럼 하강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승선한 2018년 월드컵에서는 월드컵 역사상 최대 이변의 희생양이 되어 1라운드 탈락의 굴욕을 맞봤고, UEFA 유로 2020과 2022에서는 노쇠화로 인해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물론 로이스가 이태껏 쌓아온 커리어는 그가 절대 평범한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잘 나타낸다. 지구 어딘가의 평범한 축구 선수는 1부리그에 승선하는 날을 학수고대하면서 열심히 달리고, 훈련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나는 이번 경기에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11번의 마지막에 신의 은총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
23/24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1996/97시즌 이후에 처음으로 우승할 기회가 열린 팀으로서도 뜻깊은 대회이자, 이번 글의 주인공 마르코 로이스의 커리어 마지막 경기이기도 하다.
가끔 동기부여 관련해서 오늘이 마지막인것 처럼 열심히 살으라라는 말을 몇 번 들은적이 있을것으로 생각된다.
지금의 도르트문트와 로이스에게 그것이 너무나 잘 맞아떨어진다.
필자는 응원팀을 두지 않고 중립의 입장에서 시합을 바라본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기어를 잠시 해제할까 생각한다.
마지막 경기는 누구에게나 특별하고, 무대 또한 너무나 특별하니까.
분명 유럽무대에서 무시할 수 없는 강호이지만, 언제나 살얼음판의 무대의 한치승부에서 수도 없이 밀려난 것은 승부의 엄중함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 엄중함에서 최후의 둘까지 살아남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마지막 벽인 레알 마드리드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어울리는 상대이자 가장 드라마틱한 한 판 승부를 예고하는 전주곡과도 같다.
할 수 있는것은 모두 다 했을 것이다. 남은 건 웸블리에 모든 것을 쏟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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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민오
"나의 우상? 토니 크로스" - 페데리코 발베르데
UEFA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포함해 총 4회 우승을 이뤄낸 주역인 토니 크로스가 유로 2024 종료 후 은퇴를 선언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중원을 10년간 책임진 그는 현재 레알 마드리드에서 마지막 경기만을 남겨두고 있고, 그것은 바로 웸블리에서 펼쳐지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다. 그리고, 그 경기에서 토니 크로스는 자신을 우상이라 칭하던 한 선수와 합을 맞추게 된다.
그는 바로 페데리코 발베르데이다. 발베르데에게 이 결승전은 꽤나 뜻깊은 경기일 것이다. 그가 일전에 재미삼아 언급했듯, 자신의 등번호 15번과 팀의 빅이어 수를 맞출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어쩌면 15번을 달고 뛸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다. 토니 크로스가 자신의 8번의 후계자로 직접 발베르데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토니 크로스는 결승전 이후, 더이상 마드리드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없더라도, 레알 마드리드는 페데리코 발베르데라는 좋은 선수를 필두로 그의 유산을 이어나갈 것이다. 발베르데는 어떤 과정을 거쳐 자신의 우상에게 후계자로 지목받는 입지의 선수가 되었을까.
1998년 7월 22일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출생, 발베르데는 우루과이 최대 빅클럽 페냐롤을 거쳐 2016년 레알 마드리드 카스티야에 입단하게 된다. 2017/18 시즌은 데포르티보 라코루냐에서 임대생활을 하며 라리가 경험을 쌓았고, 2018/19시즌엔 꿈에 그리던 레알 마드리드의 1군 멤버가 된다. 그의 등번호는 15번, 직전 시즌 테오 에르난데스가 달았던 바 있는 그다지 특별하진 않은 번호였다.
발베르데의 레알 마드리드 커리어는 시작부터 빛나진 않았다. 쟁쟁한 미드필더진에 밀려 다니 세바요스, 마르코스 요렌테와 후보 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했고, 지단 감독이 2019년 3월 소방수로 부임하기 전까지는 많은 기회를 받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 시즌인 2019/20 시즌을 앞두고, 발베르데의 커리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결정이 내려진다.
당시 레알 마드리드의 중원 상태를 살펴보자. 크-카-모 조합이라 불렸던 토니 크로스, 카를루스 카세미루, 그리고 루카 모드리치는 모두 2018/19 시즌 팀과 함께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이스코는 피지컬과 폼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었고, 세바요스와 요렌테는 딱히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진 못했다.
하지만, 팀의 부진한 활약에 일조한 선수들임에도 지단 감독 입장에선 크-카-모 조합을 버릴 순 없는 노릇이었다. 3연패 시절 누구보다도 자신이 가장 잘 사용했던 조합이고, 무엇보다도 이 선수들의 기량 수준이 너무 뛰어났기에 이들을 살려내야만 했다. 그렇다면, 비교적 젊은 이제야 30줄에 들어선 크로스와 20대 후반의 카세미루를 최대한 살리고, 노쇠한 모드리치 자리에 젊은 피 하나를 기용하는 것이 이상적인 그림이었다.
여기서 지단 감독은 마르코스 요렌테와 다니 세바요스를 각각 완전이적, 1년 임대로 떠나보내는 강수를 두고, 페데리코 발베르데를 1군에 남기게 된다. 직전 시즌 1군에서 돋보이는 활약상을 보인 것은 전혀 아니었기에, 많은 팬들은 이에 대해 의문을 표했고, 팬들의 의문에 답하듯, 언론은 폴 포그바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설을 계속해서 양산해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우려와 달리, 지단 감독의 선택은 통했다. 발베르데는 우측 메짤라 위치에서 훌륭한 모습을 선보이며 수비 가담부터 패스, 그리고 박스 타격까지, 진정한 육각형 미드필더의 모습을 보였다. 직전 시즌 선발로 10경기도 뛰지 못했던 모습과 달리, 시즌 44경기에 출전하여 2골과 5개 도움을 기록하며 급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발베르데의 급성장에 힘입어, 중원 파트너였던 카세미루와 토니 크로스의 수비 부담은 적어졌고, 그들이 받던 압박 또한 분산되며 모두 원래의 실력을 되찾아 좋은 활약을 펼치게 되었다. 모드리치 역시 체력 안배를 받을 환경이 조성되니,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좋은 폼을 되찾기도 했다.
이어진 2020/21 시즌도 시작은 순조로웠다. 리그 극초반 엘 클라시코에서의 선제골을 포함해 3골을 터트리며 직전 시즌의 쾌조를 이어나가는 듯했으나, 당시 레알 마드리드에 드리웠던 부상 악령을 발베르데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출전할 때마다 좋은 활약상을 보였으나, 발목 쪽에 고질적인 부상을 달고 다녔고, 결국 시즌 33경기 출전에 그치고 만다.
발베르데가 결장한 기간동안, 모드리치는 전성기를 구가하는 절정의 폼을 보였고, 크로스 역시 매우 좋은 모습을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발베르데를 누구보다 신뢰했던 지단 감독은 팀을 떠났다. 발베르데의 충성심에 따른 팬들 사이의 지지도는 매우 높았으나, 다음 감독이 베테랑 선수들을 선호하는 카를로 안첼로티였던 만큼 그의 입지는 조금이나마 흔들렸다.
이런 우려는 틀리지 않았는지, 발베르데는 크-카-모 조합에 밀려 전반기엔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로테이션 멤버처럼 뛰었다. 하지만, 시즌이 지날수록 크-카-모 조합이 흔들리기 시작하며 발베르데에게도 기회가 찾아오게 되었다.
크로스, 카세미루, 모드리치 중 크로스와 카세미루는 기동력이 뛰어나다 보긴 힘든 선수들이다. 심지어 카세미루는 이전 시즌들과 달리 축구지능이 상당히 떨어져 있는 모습을 보이며, 크로스에게 압박 하중을 더욱 실어주는 원인이 되기도 할 정도였다. 토니 크로스의 뛰어난 킥과 조율 능력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기동력을 통해 압박을 분산시켜 줄 비장의 수가 필요했고, 안첼로티 감독은 여기서 발베르데를 선택한다.
하지만, 크-카-모 조합은 계속 가동되었다. 그렇다면 발베르데의 자리는 어디라는 것인가? 바로 우측 윙어 자리이다. 발베르데에게 사실상 측면 미드필더와 같은 롤을 맡기며, 그의 왕성한 활동량을 통해 크-카-모의 떨어지는 기동력을 커버해냈고, 이런 기용에 힘입어 레알 마드리드는 2021/22 시즌, 라리가 우승에 더불어 14번째 빅이어를 들게 된다. 특히, 발베르데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비니시우스의 결승골을 판데이크를 무력화시키는 환상적인 크로스로 어시스트하며, 최고의 활약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진 2022/23 시즌에 발베르데의 진가가 발휘된다. 1년간 어디론가 사라져 있던 그의 슈팅 영점이 다시 돌아오며, 우측 윙과 우측 메짤라 위치를 오가며 시즌 56경기에 출전해 12골과 7개 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진정한 핵심으로 거듭난다. 그렇다면 크로스의 상황은 어땠을까. 카세미루가 이탈한 후, 오렐리앵 추아메니가 전반기엔 자주 나오며 토니 크로스를 옆에서 도왔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추아메니가 주전에서 밀려나고 감독은 크로스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크로스는 포백 보호에 약점을 보이며 고전했기에, 안첼로티 감독은 발베르데를 크로스의 보좌 역으로 전반기보다 낮은 위치에서 기용했고, 그 덕에 크로스는 무사히 시즌을 마쳤다. 발베르데의 주-조연을 오가는 빛나는 활약에도 불구하고, 팀은 여러가지 문제점을 보이며 코파 델 레이를 우승했지만, 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선 실패를 거듭하는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현재 시점, 2023/24 시즌이 찾아오며, 발베르데는 역시나 추아메니, 크로스와 함께 3선을 이루며 크로스와 팀을 옆에서 헌신적으로 보좌했다. 시즌 내내 레알 마드리드의 거의 모든 공식경기에 출장한 것은 덤이다. 새로운 영입생 주드 벨링엄이 발롱도르 얘기가 나올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인 것도 발베르데 덕에 가능했고, 크로스가 자신의 현역 마지막 시즌에 월드 베스트급 활약상을 보인 것도 모두 발베르데 덕에 가능했던 일들이다.
발베르데는 여태껏 갖고 있던 모든 장점들에 더불어, 토니 크로스의 조율 / 전개 능력까지 흡수한 듯한 모습을 보였고, 이는 크로스의 빌드업 부담까지 덜어주어 크로스 역시 뛰어난 활약상을 보였다. 이러한 호재를 보인 끝에, 레알 마드리드는 한 시즌만에 라리가 트로피를 탈환했고,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의 불명예를 딛고 일어나 결승에 진출했다. 이제 진정한 레알 마드리드의 8번이 되기 위한 준비는 모두 마친 듯 보인다.
토니 크로스는 2014/15 시즌부터, 10시즌간 레알 마드리드에서 팬들에 기억에 남을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비록 부진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그는 언제나 레알 마드리드의 든든한 8번이자 교수님, 마에스트로였다. 그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앞둔 상태로 은퇴를 선언했으며, 도르트문트의 마르코 로이스의 퇴단에 대항할 레알 마드리드의 동기부여 요소를 적절한 타이밍에 만들어냈다.
토니 크로스는 언제나 그런 선수였다. 언제나 거침없이 자신의 주장을 말한다. (물론 이에 따라 수많은 논란과 비판을 달고 다니는 선수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미래에 관하여,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는 힌트를 지속적으로 팬들에게 던지고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나의 마지막 팀이 될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은퇴하고 싶다.', '30대 후반에도 필드 위에서 뛰고있는 내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다.' 등등.
그는 그가 암시했던 그대로, 자신의 고점 수준 폼을 보이던 한 시즌을 보내던 중 은퇴를 선언했다. 정말 토니 크로스다운 마무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런 그에게 수많은 팀 동료들과 축구계 관련 인물들이 SNS에 헌정 게시물 혹은 글을 남기던 도중, 발베르데만 유독 SNS에서 눈에 띄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발베르데는 자신의 우상에 대한 헌정 영상을 만들어서 오느라 늦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게시물에 남겨진 토니 크로스의 댓글은 팬들의 심금을 울린다. ' 페데, 너는 네가 얼마나 나에게 중요한 사람인지 알 거야. 나는 너를 선수이자 사람으로 사랑하기 때문이지. 너는 미래에 이 팀을 주장으로서 이끌 모든 자질을 갖고 있어. 난 언제나 네 편에 서있을거야! 그리고 앞으로 우린 또 다른 주제에 대해 말하게 될거야.'
발베르데가 크로스를 우상으로 보았으며, 언제나 자신의 커리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중요한 사람으로 보았듯, 크로스에게 발베르데도 그만큼이나 중요한 선수이자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크로스가 안심하고 은퇴를 선언할 수 있는 이유의 일부분 역시 발베르데에 있다 생각해도 틀린 말은 아닐테니 말이다.
토니 크로스는 발베르데를 자신의 등번호 8번의 후계자로 뽑았다. 그렇게 웸블리에서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토니 크로스의 라스트 댄스이며, 페데리코 발베르데가 자신의 15번과 빅이어 개수를 맞출 기회이자, 과거의 15번을 뒤로하고 새로운 8번으로 도약하는 경기가 될 것이다. 이 모든 일이 순조롭게, 기분 좋게 이뤄지려면, 마르코 로이스에겐 미안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이 경기에서 승리를 따내어 빅이어를 손아귀에 쥐어야만 한다.
부디 토니 크로스의 라스트 댄스가 순조롭게 끝나길 바란다. 페데리코 발베르데가 핵심으로서 커리어 두 번째 빅이어를 들어올려 15번으로서 임할 마지막 경기를 잘 끝내길 바란다. 크로스 이후 레알 마드리드에 열릴 새 시대의 포문을 빅이어와 함께 순조롭게 열어가길 바란다. 레알 마드리드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의 선전을 기원하며 글을 마치겠다.
" 난 당신이 꼭 알았음 좋겠어요, 전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제 일부는 언제나 당신 덕분에 생긴 것일 겁니다." - 페데리코 발베르데, 토니 크로스에게 보내는 편지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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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경원
축구는 공정하지만 공정하지 않은 싸움이다. 애시당초 싸움이라는게 기울어진 판 위에서 일어나는 것이지만, 스포츠는 특이하게도 그 불공정한 싸움에 공정한 경쟁이라는 허상을 만든다.
그렇기에 축구가 평등해보이게 하는 '이기는 자가 강한 것이다' 따위의 좋은 포장들을 벗겨낸다면, 승부는 한 쪽에 쏠려있기 마련이며, 돈을 걸어도 양쪽 배당이 다르다. 물론 가끔씩 불리한 환경을 이겨내고 다윗이 골리앗을 때려잡는 '이변'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예상하기 힘들었던 결과의 놀라움이거나, 언더독에 이입되는 심리 등 극적인 결과에서 나오는 격한 감정에 불과하다. '이변'이 '이변'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면 그 속에는 과연 무엇이 있는걸까.
다소 진부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완벽한 승리에 가까워지려면 점수만 이겨서는 안된다. 룰이 없이 싸우는 전쟁과 다르게, 스포츠는, 축구는 규칙에 따라 점수를 많이 내야 승리하는 것으로 정의되어있다. 이 틀에 맞춰서 우열을 가른다는 것이 어쩌면 불합리해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축구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저 '이길만한 경기를 해서 이기는 팀'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주는 것이다. 경기 속 작은 플레이 하나하나에도 변수들이 작용하며, 승부에 개입하는 운의 크기는 생각보다 크다. 이러한 외부 요소의 도움과 무관하게, 오직 자신이 그려나간대로 승리를 쟁취하는 그런 경기에 더 높은 가치가 부여되는 것은 적어도 경기의 주인공인 선수들과 감독들에게는 합당한 보상이다.
불리한 환경을 이겨낸 승리 역시 마찬가지다. 결과의 이변에 그쳐서는 그 이상의 평가를 받지 못한다. 전력적으로 열세에 있는 팀을 이끌고 강한 상대와 맞서서 승리를 향한 논리를 90분 동안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축구 감독이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이다.
흔하지 않은 영광이지만, 여기 그 사나이가 있다. 한 시즌의 유럽 챔피언을 가려내는 무대에서 경기를 자신의 판으로 만든 이야기.
함부르크 SV (1-3-3-1-2): 울리 슈타인 - 홀거 히에로니무스 - 만프레트 칼츠, 디트마어 야콥스, 베른트 베마이어 - 위르겐 그로, 볼프강 롤프, 위르겐 밀레프스키 - 펠릭스 마가트 - 라스 바스트루프, 호어스트 흐루베쉬 (감독: 에른스트 하펠)
유벤투스 (1-3-2-1-3): 디노 조프 - 가에타노 시레아 - 클라우디오 젠틸레, 세르지오 브리오, 안토니오 카브리니 - 마르코 타르델리, 마시모 보니니 - 미셸 플라티니 - 로베르토 베테가, 파올로 로시, 즈비그니에프 보니엑 (감독: 지오반니 트라파토니)
함부르크는 한 명의 리베로를 활용한 4-3-1-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상대팀 유벤투스에 비하면 정형적인 틀을 갖춘 시스템이다. 반면 유벤투스는 포메이션을 특정하기 어려운, "조나 미스타"라고 불리는 변형 쓰리백 시스템으로 맞섰다. 두 팀 모두 매우 강력한 팀이었지만 객관적인 전력은 유벤투스가 한 발 앞서있었다.
(여기서부터는 양 팀의 전력 상태와 전술의 특징에 대해 독자가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서술한다.)
경기 초반은 서로 공격을 주고받는 탐색전 양상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곧 점점 흐름이 한 쪽에 쏠리게 된다. 전력의 우위를 점한 유벤투스? 아니다. 전술의 우위를 점한 함부르크였다. 함부르크가 전술적으로 우위에 있음을 주장하는 것은 맞대결 상성 상의 측면과 전술 자체가 지니는 퀄리티의 근본적인 측면 모두 있다. 유벤투스가 개인 기량으로 여러 번의 찬스를 만든 것에 반해 함부르크는 마치 더 쉬운 판이 깔려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찬스를 만들어가며 초반의 모멘텀을 가져왔다. 여기서 전술적 우위를 느꼈다.
에른스트 하펠은 경기장을 골고루 넓게 사용하는 4-3-3 포메이션의 창시자 격인 인물이면서 토탈풋볼 이념의 선구자 중 하나이다. 함부르크에서는 걸출한 공격형 미드필더인 펠릭스 마가트를 활용하기 위해 4-3-1-2 포메이션을 사용했지만, 3명의 미드필더로 중원을 장악하겠다는 생각은 변함없었다. 따라서 공격할 때는 넓은 연계로 효과적인 전개를, 수비할 때는 상대를 좁게 몰아넣고 압박을 실행하며 경기를 자신들에게 더 유리한 판으로 만들었다.
유벤투스는 공격과 수비에 많은 선수들이 몰려있기에 상대적으로 중원은 헐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공수의 연결 길목인 경기장 중앙 영역을 상대에게 내주니 공수가 각각 격리되는 것이다. 공격과 수비 각각의 참여 인원이 많다는 것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었겠지만 상대는 하펠이다. 상대는 공격할 때 수비 인원을 끌어다 쓰고 수비할 때 공격 인원을 끌어다 쓰는데 자신은 그러지 못하니 많은 상황에서 수적 우위를 내주고 만다.
실제로 함부르크는 수비 시에 강한 압박으로 상대의 속공을 강제했으며 4명의 수비수와 3명의 미드필더로 수비 블록을 구성하여 무난하게 막아넀다. 공격 시에는 보다 안정적인 전개로 쉽게 공 소유권을 뺏기지 않으며 라인을 올려서 2명의 공격수와 4명의 미드필더로 공략했다. 때때로 오른쪽 풀백의 공격 가담으로 수적 우위를 만들기도 했다.
유벤투스는 역습 위주로 반격했는데 2선 공격수들의 개인 기량과 연계, 스위칭으로 찬스를 만들었지만 조직적인 수비에 고전했다. 또한 상대가 라인을 올리면 공격수들도 수비에 일부 가담해야만 했기에 전방에 마음 놓고 머무르지 못하여 억제되었다.
이러한 흐름이 거의 전반전 내내 지속되었는데, 그 정점은 전반 8분에 터진 펠릭스 마가트의 선제골이었다. 이 날 마가트는 2선과 3선을 오가며 공격 시 전진과 플레이메이킹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는데, 최전방 투톱이 유벤투스의 견고한 수비벽에 막혀서 힘을 쓰지 못하자 틈틈히 직접 슈팅으로 득점을 노려보기도 하였다. 단순히 2선에만 머무르는 정적인 플레이메이커였다면 상대의 집중 견제에 무력화되기 쉽다. 그러나 마가트는 상대가 압박하지 못하도록 뒤로 물러나있다가 아군의 전체적인 라인을 끌어올린 뒤 상대 수비라인 앞에 빈틈을 유도하고 그 틈새로 파고들어 비교적 자유로운 상태에서 슈팅을 시도했다.
득점 장면을 보면, 마가트는 후방에서 전방을 바라보며 롱패스와 전진 드리블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가지고 있었다. 우선 후자를 선택한 마가트는 가속하여 페널티 박스 좌측면 모서리까지 이동하고 수비에 가담한 상대 공격수 베테가와 1대1 대치 상황을 만들었다. 전문 수비수가 아닌 베테가로서는 크로스와 돌파의 선택지에서 빠른 판단을 강요하는 마가트의 빠른 움직임에 반응하기 어려웠고, 마가트의 바디 페인팅에 완벽하게 속아 블로킹 동작을 취하고 만다. 마가트는 가볍게 베테가를 제치고 열린 공간에서 중거리 슛을 시도하였고 이것이 멋지게 골대 안으로 빨려들어가며 득점에 성공한다.
열린 공간이라고는 했지만 사실 각도를 보면 왼발로 슈팅하기 어려운 위치였다. 그 위치에서 중거리 슈팅을 골문 구석에 정확히 꽂는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마가트의 훌륭한 슈팅 스킬이 만들어낸 득점이다. 하지만 아무리 개인 능력이 뛰어나도 앞에 수비수들이 버티고 있다면 득점하기 어려운 법이다. 이런 원더골이 터진 배경에는 득점 확률을 높여주는 전술적 도움이 있었다는 것을 반드시 강조하고자 한다.
이 득점을 기점으로 함부르크는 주도권을 완벽하게 가져왔다. 앞서 서술한 함부르크의 전술적 우위가 그대로 작용하여 유벤투스를 고전시켰고 유벤투스가 경기력을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더 강한 전력의 팀을 상대로 경기를 지배한 전반전이었다.
그럼 유벤투스는 어떻게 다시 주도권을 가져왔는가? 고전하는 와중에도 몇몇 선수들의 개인적인 역량은 빛이 났다. 간간히 위협적인 득점 찬스를 만들며 반전을 노렸으나 울리 슈타인의 선방에 번번히 막혔다. 그래도 흐름을 완전히 허용하지는 않으며 팽팽하게 버티고 있었다는 의미가 크다.
여기서 열쇠로 작용한 것이 미셸 플라티니와 안토니오 카브리니이다. 플라티니 역시 마가트처럼 2선과 3선을 오가며 다방면으로 공격에 관여했는데, 경기 초반에는 속공 위주로 반격하다보니 플라티니가 전진 패스를 찔러주거나 패스를 받아서 돌진하는 장면이 많았다. 그러나 점차 플라티니가 중원 싸움에 가담하면서 유벤투스의 중원은 안정되어갔다. 카브리니 역시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공격 상황에서 레프트윙처럼 플레이하는 장면을 여러 번 보여줬는데 이에 그치지 않고 빌드업 과정에서 중앙 쪽으로 이동하여 공 순환을 지원했다. 이렇게 플라티니와 카브리니가 경기 상황에 맞게 유동적으로 움직이며 주도권을 다시 뺏어올 수 있었다.
여러 포지션이 고정되지 않아서 다소 언밸런스해보이는 조나 미스타이지만, 자유로운 스위칭을 통해 유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강력한 장점이 존재한다. 함부르크의 전술이 조나 미스타의 약점을 날카롭게 찔렀지만, 완전히 녹다운시킬 수는 없었고 결국 팽팽한 승부는 후반전까지 이어진다.
기세를 되찾은 유벤투스는 후반전에 더욱 맹폭을 퍼부었다. 공격을 지휘하는 플라티니와 양쪽에서 드리블로 전진하는 보니엑과 베테가의 개인 기량은 판세를 바꾸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중원에서 안정적으로 공을 점유할 수 있게 되자 타르델리의 민첩한 탈압박도 빛이 났다. 시레아도 전방의 빈 공간으로 적절히 침투하여 공격을 매끄럽게 이었다.
후반전 함부르크의 최우선 목표는 마가트의 선제골이 그대로 결승골이 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1점 차 리드를 유지하기 위해 수비에 중점을 두었고, 역습으로 달아날 기회도 노려보았지만 추가 득점은 없었다.
이 흐름을 고착화시킨 것이 55분 경의 선수 교체였다. 함부르크의 라스트루프가 얼굴에 부상을 입어 폰 히센으로 교체되었고, 유벤투스는 경기 내내 영향력이 없이 부진하던 로시를 빼고 마로키노를 투입했다. 폰 히센은 연계에 능한 기술적인 공격형 미드필더였고 마로키노 또한 마찬가지였다. 함부르크는 폰 히센의 교체 투입을 통해 최전방과 2선을 보다 매끄럽게 연결할 수 있었으며, 유벤투스는 마로키노의 교체 투입을 통해 사실상 제로톱에 가깝게 변화하며 중앙과 측면을 오가는 연계 플레이를 더욱 활성화시켰다. 경기력에 큰 도움이 안되던 로시가 빠지고 마로키노가 들어오자 유벤투스의 기세는 더욱 매서워졌다.
그러나 당연히 함부르크도 만만치 않았고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진다. 어떻게든 동점골이 급했던 유벤투스는 더욱 득점을 갈망했지만 결국 실패했으며, 함부르크 역시 일방적으로 방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소유권을 되찾은 뒤 템포를 정상화시키고 어느 정도 점유를 높이며 주도권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렇게 치열한 90분의 혈투가 끝나고 함부르크가 첫 빅이어를 들어올렸다. 함부르크의 전략적인 승리였다.
경기의 전체적인 흐름을 짚고 흐름 변화에 영향을 준 사건들 위주로 분석해보았다. 구체적인 장면 묘사는 득점 상황 이외에는 지양하였으며, 이 글을 읽은 독자가 경기를 관전할 것을 염두에 두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 부분들이 있다. 경기 관전에 도움이 될 만한 포인트들에 중점을 두어 서술하였다.
1. 함부르크가 경기 초반에 주도권을 선점하는 과정
2. 유벤투스가 서서히 안정감을 회복하다가 결국 주도권을 뺏어오는 과정 -플라티니와 카브리니의 플레이에 집중하여-
3. 만프레트 칼츠와 안토니오 카브리니의 명품 풀백 대결
4. 경기를 지배한 펠릭스 마가트의 활약상
평점 (1~10)
주로 5~9점 사이에 분포
5점: 못함
6졈: 평범하나 조금 아쉬움
7점: 준수하게 잘함
8점: 뛰어난 활약을 펼침
9점: 최우수 선수 급 맹활약
함부르크 SV
울리 슈타인(8): 여러 번의 실점 위기를 훌륭한 선방으로 막아냈다. 특히 이른 시간에 실점을 허용했으면 예상보다 훨씬 일찍 주도권을 뺏겼을 수 있기에 더욱 활약이 빛났다.
홀거 히에로니무스(7): 다소 밋밋했지만 수비와 빌드업에 있어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으며 후반전 유벤투스의 대공세를 막아내는데에 기여했다.
만프레트 칼츠(8): 측면 수비와 오버래핑, 중원 가담에 모두 없어서는 안될 역할을 수행하며 최고급 풀백이란 무엇인지 몸소 보여줬다.
디트마어 야콥스(7): 수준 높은 수비력을 보여주며 무실점에 공헌했다.
베른트 베마이어(7): 비중이 높은 선수는 아니었지만 칼츠의 존재로 인해 팀의 플레이가 우측면에 치우쳐져있는 상황에서 간간히 상대의 허를 찌르는 오버래핑으로 긴장감을 주었다.
위르겐 그로(7): 활발한 활동량으로 공수 양면에 기여하는 박스 투 박스 플레이를 보여줬으며 특히 공격 상황에서 연계와 전진 패스를 통한 찬스메이킹이 돋보였다.
볼프강 롤프(7): 살림꾼 역할에 충실했으며 주 임무인 3선 수비 외에도 종종 공격 시 전방에 가담하는 등 좋은 움직임을 보였다.
위르겐 밀레프스키(7): 중앙 미드필더 위치였지만 좌측면으로 빠져서 윙처럼 뛴 빈도가 높았으며 본래 공격수인 선수답게 돌파를 통한 전진에 능했다.
펠릭스 마가트(9): 두말할 필요 없는 오늘 경기의 MVP. 경기 조율, 플레이메이킹, 전진 드리블, 슈팅 등 함부르크의 공격을 전체적으로 통솔했으며 멋진 골로 승리를 확정지었다.
라스 바스트루프(6): 최전방과 측면, 2선을 오가며 활발하게 뛰었으나 상대의 수비에 아쉽게 막히며 큰 이득을 불러오지는 못했다.
호어스트 흐루베쉬(6): 타겟터로서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주었으나 막상 볼 경합에서는 상대 수비에게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도 존재 자체가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옵션이었기에 나름의 기여도는 있다.
토마스 폰 히센(7): 짧은 시간이었지만 번뜩이는 기술을 보여주며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상대의 페이스에 말려가지 않도록 도운 공신이다.
유벤투스
디노 조프(7): 결승골을 실점하긴 했지만 누가 와도 막기 어려운 대단한 슈팅이었고, 그 이후에 추가 실점을 막으며 안정적으로 골문을 지켰다.
가에타노 시레아(7): 경기 초반에는 수비적인 불안감을 노출하며 아쉬웠으나 이후에 안정을 되찾고 나서 왜 자신이 유럽 최고의 리베로인지 증명했다.
클라우디오 젠틸레(7): 말도 안되는 커버 범위를 보여줬다. 유벤투스의 리베로는 시레아지만 최후방 수비수는 젠틸레였다.
세르지오 브리오(6): 무난하게 잘 막았으나 존재감이 옅었던 것은 사실이다. 자신의 수비 위치에서 젠틸레와 카브리니의 도움을 많이 받기도 했다.
안토니오 카브리니(8): 공수 양면에 걸쳐 완벽한 활약을 보여줬으며 만약 유벤투스가 승리했다면 MVP 유력 후보였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특히 공격수를 능가하는 날카로운 슈팅으로 득점 찬스를 만든 것이 유니크하다.
마르코 타르델리(7): 특유의 기동력과 발재간으로 상대의 압박을 벗겨내며 빌드업을 이끌어나갔다.
마시모 보니니(6): 전방으로 볼 배급을 자주 했으나 큰 영향력을 보여준 플레이는 딱히 없었다.
미셸 플라티니(8): 왜 자신이 유럽 최고의 선수인지 증명했다. 패배했지만 개인 기량은 돋보였다.
즈비그니에프 보니엑(7): 2선에서 중앙과 측면 사이를 집요하게 공략하였고 전진 드리블이 매우 위협적이었다.
로베르토 베테가(7): 2선을 중심으로 경기장 여러 곳을 누비며 공격 시 연계 작업에 관여했다. 수비 실수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아쉽지만 본업이 수비수가 아니기 때문에 참작된다.
파올로 로시(5): 훌륭한 경기에서 유일하게 실망스러웠던 선수이다. 존재감이 전혀 없이 상대의 수비에 완벽하게 지워졌고 결국 조기 교체의 수모를 겪었다.
도메니코 마로키노(7): 부진한 로시를 대체하여 투입되었는데 투입되자마자 팀의 공격 흐름을 더욱 유연하게 바꿔주었다.
에른스트 하펠과 지오반니 트라파토니, 두 거장이 연출해낸 한 편의 장편 영화와 같았다. 전력의 열세를 극복하고 진정한 '승리'를 쟁취한 하펠에게는 영광이 있을 것이고, 분투 끝에 아쉽게 패배했지만 승리의 여신을 쉽게 놓아주지 않았던 트라파토니는 명예를 잃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경기를 앞으로도 많이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원문 링크
- 허경원
아탈란타 BC (3-4-3): 후안 무소 - 베라트 짐시티, 이삭 히엔, 세아드 콜라시나츠 - 다비데 차파코스타, 퇸 코프메이너르스, 에데르송, 마테오 루제리 - 샤를 더 케텔라러, 잔루카 스카마카, 아데몰라 루크먼 (감독: 잔피에로 가스페리니)
바이어 04 레버쿠젠 (3-4-2-1): 마체이 코바르시 - 요시프 스타니시치, 요나탄 타, 에드몽 탑소바 - 제레미 프림퐁, 에세키엘 팔라시오스, 그라니트 자카, 피에로 잉카피에 - 플로리안 비르츠, 알레한드로 그리말도 - 아민 아들리 (감독: 샤비 알론소)
레버쿠젠은 이번 시즌 내내 주력으로 사용하던 3-4-2-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정확히는 리그에서 후반기에 종종 사용한 6명의 수비수를 기용하는 시스템이다. 이것은 레버쿠젠이 자랑하는 두꺼운 수준급 수비수 뎁스, 중앙과 측면을 겸할 수 있는 수비 자원들과 공격력이 뛰어난 윙백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면서 그리말도와 프림퐁을 변칙적으로 공격수처럼 전진시키는 기발한 비대칭 전술이다.
그리말도와 프림퐁 중 하나를 최전방 쓰리톱의 일원으로 전진시키고, 그리말도가 전진했을 경우 잉카피에가 왼쪽 윙백을, 프림퐁이 전진했을 경우 스타니시치가 오른쪽 윙백을 채우는 형태를 보여주며 마치 펜듈럼처럼 좌우를 번갈아가며 공략할 수 있는 높은 유동성을 가진 전술이다. 그리고 이번 경기에서는 센터 포워드 자원인 빅터 보니페이스와 파트리스 시크를 선발에서 배제하고 아민 아들리를 펄스 나인으로 기용하며 알론소가 추구하는 유동성과 스위칭 플레이 활용도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알론소의 의도와 꿈은 가스페리니에게 완벽하게 농락당하며 짓밟혔다. 가스페리니는 어떻게 이번 시즌 "무적의 팀" 레버쿠젠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가지고 놀 수 있었을까?
먼저 오늘 경기 양팀 선발 선수들의 신장을 알아보자. (단위: cm)
아탈란타 BC
무소 191
짐시티 190
히엔 191
콜라시나츠 183
차파코스타 182
에데르송 182
코프메이너르스 184
루제리 187
더 케텔라러 192
스카마카 195
루크먼 174
레버쿠젠
코바르시 196
스타니시치 187
타 195
탑소바 192
프림퐁 172
자카 186
팔라시오스 177
잉카피에 184
비르츠 177
그리말도 171
아들리 174
대체로 아탈란타의 선수들이 키가 상당히 더 큰 것을 바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양팀 수비진의 신장은 (짐시티 - 히엔 - 콜라시나츠 vs 스타니시치 - 타 - 탑소바 - 잉카피에) 190 - 191 - 183 vs 187 - 195 - 192 - 184로 레버쿠젠이 조금 더 우세하지만, 183cm인 콜라시나츠는 신장에 비해 엄청난 수준의 덩치이기에 수비진 전체적인 신체 능력은 아탈란타가 레버쿠젠에게 밀리지 않는다. 그러나 윙백과 공격진의 신장을 비교하면 차이가 극명하다. 윙백의 신장은 (차파코스타 - 루제리 vs 프림퐁 - 그리말도) 182 - 187 vs 172 - 171로 아탈란타가 훨씬 우위에 있으며, 공격진의 신장은 (더 케텔라러 - 스카마카 - 루크먼 vs 비르츠 - 아들리) 192 - 195 - 174 vs 177 - 174로 수준이 다르다.
특히 공격진과 수비진의 매치업에서 차이가 두드러진다. 아탈란타의 공격수들은 레버쿠젠의 수비수들을 상대로 어려움을 겪을지언정 신체적인 경합을 적극적으로 시도해볼 수는 있다. 그러나 레버쿠젠의 공격수들은 아탈란타의 수비수들과 가까이 붙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번 시즌 아탈란타는 이러한 신체적인 강점을 적극 이용하여 맨투맨 방식의 플레이를 활용하는 팀이다. 강한 피지컬을 지니고 대인수비에 능한 수비수들을 중용하며 거구의 공격수인 스카마카와 장신의 더 케텔라러를 효과적인 전방압박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수비에서 대세인 지역방어가 아닌 대인방어를 주력으로 삼으며 공격에서도 상대와 일대일 매치업을 붙이는 것을 선호한다.
그런 팀을 상대로, 레버쿠젠은 신체적인 열세를 완화할 수 있는 방책을 사실상 유기하다시피 했다. 최전방에서 경합을 해줄 수 있는 주전 스트라이커 보니페이스를 비롯하여 장신의 공격수들인 시크와 흘로제크, 이글레시아스 등을 모두 외면하고 단신의 선수들로만 공격진을 꾸리며 아탈란타의 대인방어 함정에 스스로 걸어들어가는 자멸을 택했다.
물론 알론소의 선택이 이해가 완전히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의도는 분명하다. 알론소가 추구하는 높은 유동성과 스위칭 플레이 활용도에 적합한 시스템이고, 여기에 제로톱 옵션을 추가하며 끊임없는 압박과 빠른 연계로 상대를 몰아붙이고 뒷공간을 열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경기를 그렇게 준비한 것은 상대에 대한 분석이 거의 없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알론소는 그 전까지 무패의 감독이었기에 자신의 전술과 철학에 대한 자신감이 높았던 것은 당연하나, 이번 경기에서는 지나치게 오만했다.
그리고 전조가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다. 분데스리가에서도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경기력에서 고전하는 빈도가 잦아졌다. 그렇게 패배할 뻔한 위기를 특유의 위닝 멘탈리티로 극복하고 심판 판정에서 운이 따르며 간신히 무패행진을 이어간 것이다. 이는 전술이 조금씩 파훼되고 있음을 의미하는데, 시즌 말미 가장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이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기는 커녕 오히려 자신의 이상만을 쫓으며 상대의 강함을 외면했다.
알론소가 큰 실책을 범한 것과 반대로, 가스페리니는 자신의 팀이 전체적인 열세로 평가받는 와중에도 유일하게 크게 앞서있는 점을 최대한 활용했다. 어쩌면 평소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보일만큼 공수양면에서 강력한 맨투맨 플레이를 지시했다.
흔히 가스페리니 하면 높은 수비라인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축구를 떠올리는데, 그것은 필연적으로 큰 리스크를 동반한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거구의 수비수들을 활용한 대인방어 체계에서는 해당이 안 되는 말이다. 일반적인 지역방어 체계에서는 수비수가 상대 공격수를 어느 정도 이상으로 따라붙지 않으니 먼 간격이 형성될 수 있고 그 상태에서 라인을 높인다면 상대 공격수에게 뒷공간 침투라는 옵션이 생긴다. 하지만 대인방어 체계에서 상대 공격수들에게 신체적으로 큰 우위를 점하고 있다면 그렇지 않다. 상대 공격수는 웬만해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뒷공간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실제 경기는 여러 돌발적인 변수가 작용하므로 간혹 공간이 열릴 수 있지만, 이론적으로는 거구의 수비수에게 일대일로 강하게 마크당하는 공격수가 뒷공간으로 침투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거구의 공격수인 스카마카를 통해 상대를 압박하는 것도 큰 효과를 가져왔다. 전방압박의 주된 목적인 높은 위치에서의 볼 탈취 역시 효과를 보았지만 상대의 빠른 역습을 저지하는 효과도 컸다. 덕분에 아탈란타는 공격 시 전진한 수비수들이 수비 시 빠르게 후방으로 복귀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얻었다. 가스페리니의 축구가 가질 수 있는 리스크는 최소화되었고, 아탈란타는 공격 시 수비수들의 전진을 평소처럼 활용하면서도 수비 시에는 상대에게 역습을 허용하지 않고 미리 밀집수비를 형성하여 대응할 수 있었다.
레버쿠젠은 높은 점유율과 패스 횟수에도 불구하고, 아탈란타의 수비에 틀어막혀 제대로 된 공격 찬스를 가지지 못했다. 그래도 역시 레버쿠젠이 자랑하는 측면 활용과 뒷공간을 노리는 패스는 간간히 효과를 보았지만, 그 찬스의 끝은 아쉬운 마무리였다. 몇 안 되는 찬스일지라도 골 결정력이 날카로운 스트라이커에게 기회가 주어지면 득점할 확률이 높아지지만, 레버쿠젠은 보니페이스를 기용하지 않았기에 박스 안 마무리에 익숙하지 않은 비르츠와 그리말도가 박스 안에서 기회를 잡게 되었고 그 기회들은 모두 무산되었다. 비르츠가 아무리 분데스리가 최고의 선수 중 하나이고 그리말도의 공격력이 폭발적이라 한들, 그것은 그들이 뛰는 영역에 한정된 이야기이고 박스 안에서 팀의 공격 찬스를 마무리하는 상황에서는 아니다.
또한 공격 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아탈란타는 큰 체격의 공격수 2명과 드리블러 1명으로 쓰리톱을 구성하여 상대 수비수와의 일대일 승부를 피하지 않았다. 특히 드리블러인 루크먼은 여러 명의 상대 수비수를 앞에 두고도 드리블로 전진할 수 있는 선수이며 윙백 루제리와의 연계라는 선택지도 있기에 자신에게 상대 선수 여러 명이 붙도록 유도할 수 있는 선수다. 스카마카와 더 케텔라러도 마찬가지다. 상대 수비수는 그들을 일대일로 막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게 적극적인 맨투맨 유도를 통해 상대 수비수들을 역으로 압박하고, 루제리와 차파코스타를 통한 적절한 측면 활용을 가미하여 압도적인 공격 효율을 보여주었다. 물론 루크먼의 기량이 불을 뿜었기에 해트트릭이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경기 양상이 아탈란타의 의도대로 흘러간 것이 작용하지 않았겠는가?
양팀이 맞붙을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었던 측면 공격. 앞서 말한 양팀 간 신체적 격차와 이를 완화하지 못했던 알론소의 실책,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가스페리니의 노련함으로 인해 경기의 기반이 기울어진 상태에서, 현대 전술의 세심한 디테일의 무대이자 양팀의 주 공격 루트인 양쪽 측면에서의 모습도 상반되었다.
사이드라인 근처에서 플레이가 이루어지면 공격 측과 수비 측 모두 양날의 검을 가지게 된다. 사이드라인은 그 자체로 구멍이 없는 완벽한 압박 라인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공을 가진 플레이어는 경기장 안쪽을 바라보게 되고 뒤를 보지 않아도 된다. 시야가 180도로 제한되는 대신 배후에서 달려드는 압박에 대한 위험이 사라진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공격에 유리하고 수비에 불리한지, 아니면 공격에 불리하고 수비에 유리한지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다. 그 공간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는 팀에게 유리하고 그렇지 못한 팀에게 불리할 뿐이다.
앞서 말했듯이 레버쿠젠의 공격은 그리말도 또는 프림퐁을 변칙적으로 공격수로 올리고 그쪽 측면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면서도 경기장 전체를 전반적으로 넓게 쓰고자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윙백과 2선 공격수, 3선 미드필더 간의 잦은 스위칭과 조직적인 연계로 상대 수비를 교란시키며 이를 위해 포지셔널 플레이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러한 시도의 대부분은 레버쿠젠의 공격수들이 아탈란타의 철저한 대인수비에 완전히 집어삼켜지며 물거품이 되었다.
레버쿠젠 선수들이 아탈란타에 비해 신체적으로 열세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술적으로 봐도 그들은 강도 높은 대인수비와 밀집수비를 잘 뚫어내는 스타일이 아니다. 약속된 팀 플레이의 성공으로 인해 자신에게 열린 공간이 주어졌을 때 그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에 능하지, 자신의 개인 능력으로 상대 수비를 뚫어내거나 공간을 여는 능력은 상대적으로 모자라다. 그래서 아탈란타의 대인수비는 레버쿠젠이 자랑하는 윙백인 그리말도와 프림퐁을 손쉽게 막아낼 수 있었다. 일대일로 마크를 붙여도 신체 능력으로 압살하는데 상대는 드리블로 수비를 따돌리는 것에 능하지도 않으며, 사이드라인으로 공간이 제한되어 상대의 공간 활용도 막힌데다가 협력수비까지 붙으면 더할 나위 없이 편하게 공을 뺏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그리말도는 간간히 비르츠, 자카와의 연계를 통해 공간을 열고 찬스를 맞이할 수 있었으나, 프림퐁은 수비수와 사이드라인에 둘러싸여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최악의 부진에 빠지며 아탈란타에게 공을 헌납할 뿐이었다.
반대로 아탈란타는 측면에서 공을 잡는 상황을 절묘하게 잘 활용했다. 측면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공격 상황에서는 일시적으로 그 측면에 팀의 자원의 밀도가 높아지고 중심이 이동하게 된다. 공격의 기점이 일반적인 2선의 중앙이 아니라 사이드라인 근처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의 세부전술을 어떻게 구성할까? 사이드라인을 등지고 공을 잡은 선수 A는 경기장 안쪽을 바라보고 공을 전달해야한다. 반대로 그 선수를 압박하는 상대 선수 B는 사이드라인을 바라보고 경기장 중앙을 등지며, 중앙에서 수비진의 빈 공간으로 침투하는 선수 C는 B의 배후에서 움직이므로 B는 C를 보지 못한다. 평범한 감독은 기본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단순하게, 윙백에게 A 역할을 맡기고 그 옆의 미드필더에게 C 역할을 맡길 뿐이다.
그러나 유능한 감독이라면 조금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A는 시야와 패스 능력이 요구되는 역할이고, C는 순간적인 침투와 오프 더 볼이 요구되는 역할이다. 그런데 윙백에게 A를 시키고 미드필더에게 C를 시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침투하는 C에게 정확하게 패스를 찔러줄 수 있는 미드필더가 A를 맡아야하고 침투에 능한 윙백이 C를 맡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 경기에서의 아탈란타가 바로 이러한 아이디어를 잘 살렸다고 생각한다. 선제골 장면을 보자. 우측면 사이드라인 근처에서 공을 잡은 코프메이너르스가 볼 키핑을 통해 잠시 시간을 벌고 상대의 압박을 자신에게 유도하였으며, 그렇게 생긴 틈새로 차파코스타가 안쪽에서 침투해 들어갔다. 코프메이너르스의 스루패스는 정확하게 차파코스타에게 전달되었고 차파코스타는 아무런 방해 없이 공을 잡고 컷백 크로스를 시도할 수 있었다. 당연히 정확도는 급상승할 수밖에 없었고, 공은 박스 중앙의 선수들을 지나쳐서 빠르게 침투한 루크먼에게 정확히 전달되었고 간단하게 득점이 만들어졌다.
이 선제골 장면에서, 볼 키핑과 전진 패스에 능한 미드필더 코프메이너르스가 측면에서 공격의 기점이 되었으며 오프 더 볼과 침투 움직임에 능한 윙백 차파코스타가 안쪽에서 침투하는 역할을 맡았고 이들의 이러한 변칙 플레이는 레버쿠젠의 그리말도와 자카를 아주 간단하게 무력화시키고 골 찬스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굉장히 시사하는 바가 많은 플레이였다.
이 장면 말고도 아탈란타가 정해진 포지션의 틀을 파괴한 장면은 상당히 많았다. 아탈란타는 일반적인 지역방어를 버리고, 철저히 대인방어에만 집중했는데 비교적 전방에서 맨투맨 압박을 시전할 때는 후방의 수비라인 형태가 깨지는 것까지 감수할 정도였다. 그만큼 상대와의 피지컬 격차가 크게 났고, 보다 적극적으로 대인마크를 시도할수록 수비의 효율이 올라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것을 활용한 것이다.
보통의 경기에서라면 아탈란타의 수비 전략은 큰 리스크를 동반하는데, 이 경기에서는 그 리스크가 사라지다시피 했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이 장면이다. 레버쿠젠의 역습 상황에서 선봉에 선 비르츠가 패스를 받아 아탈란타의 빈 공간을 질주했다. 그를 막을 수비수는 없었고, 어쩔 수 없이 중앙 미드필더인 에데르송이 그를 쫓아가야했다. 그러나 비르츠는 직접적인 라인 브레이킹에 능한 선수가 아니고, 에데르송은 강한 운동 능력이 강점인 선수였다. 결국 비르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에데르송은 빠르게 비르츠를 뒤쫓아 그를 막아냈다. 아탈란타의 수비진에 균열이 생겨도 신체 능력으로 쉽게 극복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평점 (1~10)
주로 5~9점 사이에 분포
5점: 못함
6졈: 평범하나 조금 아쉬움
7점: 준수하게 잘함
8점: 뛰어난 활약을 펼침
9점: 최우수 선수 급 맹활약
아탈란타 BC
후안 무소(7): 준수한 활약을 했다. 선방뿐만 아니라 킥을 통한 공격 전개에서도 빛났다.
베라트 짐시티(8): 레버쿠젠의 공격을 틀어막은 철벽 수비진의 일원이었으며 특히 레버쿠젠이 자랑하는 비르츠와 그리말도의 좌측면 공격 콤비를 상대해야했기에 더욱 어려운 임무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잘 해냈다.
이삭 히엔(8): 레버쿠젠의 공격을 틀어막은 철벽 수비진에서 중심 축을 담당했다. 그가 버티는 중앙을 레버쿠젠은 감히 뚫고 들어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세아드 콜라시나츠(8): 레버쿠젠의 공격을 틀어막은 철벽 수비진의 일원이었으며 특히 프림퐁을 완전히 농락하며 그에게 굴욕을 선사했다.
다비데 차파코스타(8): 수비에서 준수했고 그의 장점인 오프 더 볼을 살려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했다. 특히 선제골 장면에서 그리말도의 사각지대로 침투한 움직임은 일품.
퇸 코프메이너르스(9): 양팀의 중원 대결에서 수준 차이를 보여주며 경기를 지배했다.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고 활발히 움직이며 강한 영향력을 보여줬다.
에데르송(8): 넓은 영역을 빈틈없이 커버하고 때로는 동료의 빈 공간마저 메우는 괴물같은 활동량을 보여줬다.
마테오 루제리(7): 공수양면에서 준수했다. 루크먼과의 호흡이 좋았다.
샤를 더 케텔라러(7): 개인의 플레이는 아쉬운 점이 있었으나 존재 자체가 전술적으로 큰 위협이 된 공로는 인정해야 한다.
잔루카 스카마카(8): 훌륭한 타겟터 그 자체로 좋은 활약을 했다.
아데몰라 루크먼(10): 결승전 해트트릭의 주인공인데 그 3골에서 모두 그의 개인 기량이 큰 비중을 차지했으니 어찌 10점을 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심지어 골 장면을 빼놓고 봐도 경기 내용이 좋았다.
교체 선수들(조르조 스칼비니, 마리오 파샬리치, 한스 하테부르, 엘 빌랄 투레, 라파엘 톨로이): 딱히 코멘트할게 없다.
레버쿠젠
마체이 코바르시(6): 3실점을 했는데 딱히 골키퍼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실점 억제에 별 기여가 없었다.
요시프 스타니시치(6):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요나탄 타(7): 그래도 타가 수비의 중앙을 지켜주며 스카마카에게 압도당하지 않았기에 최후의 보루가 남아있었다고 생각한다.
에드몽 탑소바(6): 나쁘진 않았던거 같은데 좋은 평가를 할 이유도 찾지 못했다.
제레미 프림퐁(5): 이 선수는 과대평가되었다. 동료와 공간의 도움 없이는 상대 수비수를 상대로 자기 힘으로 혼자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 이번 시즌 최고의 플루크는 이 사람이다.
에세키엘 팔라시오스(6): 못한건 아닌데 첫 실점 장면에서 쇄도하는 루크먼에게 아무 것도 하지 못한 것이 큰 실책이었다.
그라니트 자카(7): 그래도 그나마 잘한 축에 속했다.
피에로 잉카피에(6):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플로리안 비르츠(6): 열심히는 하셨는데 그뿐이다.
알레한드로 그리말도(6): 대체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으나 그래도 간간히 자카, 비르츠와의 호흡을 통해 찬스를 만들어내긴 했다.
아민 아들리(6): 열심히는 하셨다. 평범한 2선 자원으로 출전했다면 더 많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을텐데 그를 펄스 나인으로 출전시킨 알론소의 탓이 크다.
교체 선수들(빅터 보니페이스, 로베르트 안드리히, 아담 흘로제크, 파트리크 시크, 네이선 텔러): 딱히 코멘트할게 없다.
결국 이 경기의 모든 근본적인 차이는 개개인의 신체 능력 격차에서 나왔다고 요약할 수 있다. 알론소는 그 차이를 간과한 채 무리수를 뒀고, 가스페리니는 그 차이를 간파하고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대승을 거두었다. 아탈란타가 단순히 우월한 피지컬만으로 밀어붙여서 승리한 것도 아니다. 우월한 피지컬을 리스크를 줄이는 것에 쓰고 그렇게 확보한 안전성을 바탕으로 상대보다 더욱 과감한 세부전술을 성공시킬 수 있었기에 그들의 테크닉과 전술 수행 능력까지 모두 빛날 수 있었다.
알론소는 이번 경기에서 큰 교훈을 깨달아야 더욱 뛰어난 감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실질적인 첫 풀타임 시즌에서 드러난 약점이 앞으로 그의 커리어를 방해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가스페리니는 이번 시즌이 아탈란타에서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데, 이 날의 승리와 우승 트로피가 아탈란타에게 바치는 작별 선물로 남을지, 아니면 아탈란타에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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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성윤
토트넘은 맨시티의 체계적인 전방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골킥 시 디테일 한 가지를 준비했다. 바로 오른쪽 센터백으로 배치된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골라인으로 뒷걸음질을 치며 GK보다 낮은 위치에 포지셔닝을 취함으로써 전개 상황에 참여하는 것이다. GK를 대신해 골킥을 전개한 라두 드라구신과도 자연스럽게 비대칭적인 좌우 구조를 형성했다.
그렇다면 로메로는 골킥 시 왜 이러한 움직임을 취했던 것이며, 해당 디테일에서 볼 수 있었던 문제점을 알아보자.
다음은 토트넘의 골킥 시작 장면이다. GK 비카리오를 대신해 LCB 드라구신이 골 에어리어 가장자리에서 골킥을 준비 중이다. 이는 드라구신 / 로메로가 아닌 비카리오가 볼을 잡은 상태에 경기장 전체에 대한 180° 시야를 확보한 채로 양측면을 모두 선택지로 활용하며 상대 압박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다.
한편 로메로는 드라구신과 같은 수평라인에 위치하다가 골킥을 준비하는 시점에 뒷걸음질을 치며 골라인과 가깝게 1차 포지셔닝을 취했다. 이를 통해 로메로는 페널티 에어리어 밖에서 압박을 준비하는 CF 홀란과의 간격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었다.
비카리오가 많은 옵션을 바탕으로 후방 빌드업을 전개할 수 있었지만, 맨시티의 전방압박 퀄리티가 이를 상쇄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에 이를 의식하여 더 많은 공간을 확보했다. 골킥이 볼이 한 차례 처리되어 상황이 해제되어야 상대가 패널티 에어리어 내부로 진입할 수 있는 세트피스라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다음은 골킥이 처리된 이후 맨시티가 전방 압박을 시작한 상황이다. 하프라인 너머에 위치한 6인을 바탕으로 전방압박을 가했고, 홀란의 곡선 형태 압박 움직임을 시작으로 좌측에서 우측으로의 채널링을 시작했다. 반대발을 써야 하는 드라구신과 익숙하지 않은 위치에 선발된 LB 반더벤을 공략하기 위함이다.
토트넘은 비카리오를 포함해 총 8인이 후방 빌드업에 가담하며 수적우위를 점하고자 했다. 반면 맨시티는 홀란이 로메로, AMF 데브라위너가 DMF 벤탄쿠르를 배후에 두며 이들에 대한 패스 옵션을 차단하는 동시에 전방압박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수적열세를 극복하고자 했다.
로메로의 뒷걸음질은 이러한 맨시티의 압박 국면에 부담을 줄 수 있었다. 홀란은 로메로에 대한 전환 옵션을 차단하면서 비카리오를 압박했기 때문에 골라인에 위치한 로메로를 향해 보다 많은 공간을 커버해야 했고, 이렇게 길어진 홀란의 수비 동선은 압박 시 투톱을 형성한 더브라위너와의 인터벌을 과도하게 노출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더브라위너는 홀란이 토트넘의 전개 방향을 우측으로 몰아가는 데 성공하는 즉시 드라구신을 압박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홀란과의 인터벌이 벌어지자 배후의 벤탄쿠르를 완전히 체크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고, 이를 인지한 후 핸드 제스쳐를 통해 동료에게 벤탄쿠르를 주시할 것을 요구했다.
RW 베르나르두 실바는 더브라위너와 마찬가지로 토트넘의 전개 방향이 우측으로 유도된다면 그 즉시 반더벤을 압박하려 했기 때문에 거리가 있었던 벤탄쿠르로 마크맨을 옮겨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CMF 코바치치는 투톱의 인터벌이 벌어짐에 따라 마크맨인 CMF 호이비에르에게로의 패스길이 열리면서 호이비에르에 대한 수비를 우선시 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맨시티의 수비적 에러가 맞물리면서 프리맨이 된 벤탄쿠르는 비카리오의 패스를 받아주기 위한 적절한 포지셔닝을 취했다. 전진 패스를 받은 후에는 맨시티의 압박 방향의 반대에 위치한 로메로에게 삼자패스를 연결해 주었다.
토트넘은 위의 과정을 통해 맨시티의 압박을 역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직후 상황에서 로메로는 우측면에서의 수적우위를 살리지 못했고, 반대로 빠르게 압박 방향을 바꿔 재압박한 맨시티는 수적우위를 바탕으로 압박국면을 전개할 수 있었다.
홀란의 압박 동선과 더브라위너의 위치 선정으로 인해 비카리오에 대한 전환 옵션이 완전히 차단되었고, 토트넘의 후방 자원들은 맨시티 선수들과 전원 1v1에 놓였으며 로드리가 좌측 3선 구역에 대한 커버를 담당하며 전개에 어려움을 겪었다.
CB -> GK로의 골킥 처리, 로메로의 포지셔닝을 통한 상대 인터벌 확보 등 여러 장치를 준비하여 맨시티의 전방압박을 역이용하려 했으나, 오히려 맨시티가 원하는 상황을 만들어주며 이는 실패로 돌아갔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로메로의 1차 포지셔닝은 맨시티의 수비적 에러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했고, 이는 맨시티의 압박을 풀어낸 뒤 수적우위를 창출하는 긍정적 결과로도 이어졌다.
그럼에도 토트넘이 반대 측면에서의 수적우위를 살리지 못한 이유는 로메로의 2차 움직임에 기인한다. 비카리오와 벤탄쿠르를 거쳐 로메로에게 삼자패스가 전달될 때 홀란보다 낮은 위치에서 볼을 받은 후 온더볼을 가져갔기 떄문에 홀란의 재압박을 쉽게 허용한 것이다. 이로 인해 로메로의 바디 포지션이 제한되며 우측면에 갇히게 됐다.
따라서 로메로는 홀란의 시선이 비카리오에게 고정되었음을 이용해 그의 블라인드 사이드로 치고 나가며 삼자패스를 이어 받아야 했다. 오프더볼을 통해 상대 1선 라인(홀란)을 돌파할 수 있으며, 볼을 받았을 때의 가속도를 고려한다면 3v2의 수적우위에서 로메로에게 주어진 앞 공간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후반전에 나온 토트넘의 또다른 골킥 상황이다. 이번에도 드라구신이 골킥을 처리하기 위해 골 에어리어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고, 로메로는 골라인까지 뒷걸음질을 치며 홀란과의 거리를 확보했다.
드라구신에서 비카리오로 골킥이 처리된 장면이다. 맨시티는 이번에도 하프라인 너머에 6인을 배치하여 (1-3-2)의 압박대형을 바탕으로 전방압박을 시도했다. 하지만 좌측에서 우측으로 압박했던 전반전과 달리 압박 방향이 우측에서 좌측으로 변화했고, 이에 따라 홀란이 아닌 더브라위너가 압박의 시작점이 되었다.
이는 좌측에서 우측으로 전방압박 시 앞전의 시퀀스와 같이 투톱의 인터벌이 벌어질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로메로와 달리 드라구신은 비카리오와 같은 선상에 위치했기 때문에 더브라위너가 곡선을 그리며 비카리오를 압박하기 수월했다. 실바가 마크맨을 옮길 때까지 배후의 호이비에르를 차단하기에도 용이했다.
아래와 같이 맨시티는 토트넘의 우측을 완전히 차단하며 의도대로 압박 국면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달라지지 않은 점은 로메로-홀란 사이의 간격이다. 로메로는 골라인 위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홀란의 패널티 에어리어에서 출발하여 압박을 가하는 동안 상황을 전개할 충분한 시간과 공간을 벌 수 있었다.
또한 RB 포로가 우측면을 비우고 중앙~하프 스페이스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홀란의 배후 인원이 우측면 빈 공간으로 빠져나가 패스 옵션이 될 수 있었다. 홀란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안에서 밖이 아닌 밖에서 안으로 압박 동선을 가져가며 로메로의 측면 패스 각도를 제거했다.
로메로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홀란은 측면 각을, 더브라위너는 비카리오를 모두 차단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2선과의 종적 인터벌이 발생하며 투톱의 배후에 위치한 호이비에르를 향한 대각 패스 옵션이 발생했다. 벤탄쿠르는 이를 인지한 후 자신의 마커를 끌고 3선에서 빠져나옴으로써 호이비에르에게 공간을 제공했다.
하지만 볼을 받은 직후 호이비에르의 판단이 아쉬웠다. 홀란이 안에서 밖으로 로메로를 유도할 것으로 대비해 전방에서 내려와 우측면을 점유한 CF 사르에게 원터치 횡패스를 전달한 것이다. 직접 점프해 사르를 압박한 LCB 아칸지에 의해 호이비에르의 패스는 끊겼고, 볼이 더브라위너에게 연결되며 토트넘은 위협적인 슈팅을 허용했다.
그렇다면 호이비에르는 어떠한 판단을 가져가야 했을까? 마크맨이 붙어있는 사르가 아닌, 무려 8명이 끌려나온 맨시티의 포켓으로 볼을 배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선택으로 보여진다. 빠른 스피드와 1on1 능력으로 상대 뒷공간을 공략할 수 있는 RW 존슨을 향했다면 보다 위협적인 공격 장면이 창출되었을 것이다.
맨시티와 달리 전방에서 버텨줄 수 있는 공격수가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상대 MF-DF 사이 공간이 넓었기 때문에 해당 공간을 향해 볼을 배급했다면 상대 수비라인 사이 공간을 활용해 경합 및 돌파에 성공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을 것이다. 호이비에르 또한 상대의 종적 인터벌이 벌어졌기 때문에 원터치 패스보단 해당 공간에서 적절한 바디 포지션 설정 후 패스의 정확성을 높였다면 밀고 나오는 상대 압박라인에게 더 큰 리스크를 부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첫번째 골킥 시퀀스의 경우 상대 압박의 배후 공간에 대한 공략을 적절하게 가져갔으나 압박을 풀어나온 후의 공간 활용 디테일이 아쉬웠다. 두번째 시퀀스의 경우도 상황 인지 및 그에 따른 판단 오류를 범하며 국면을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지 못했다.
필자의 제안에 따른다면 로메로와 호이비에르 모두 보다 과감하고 공격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따라서 이는 제안의 의도와는 반대로 파워풀한 맨시티 선수들에게 좋은 압박~역습 찬스를 제공하는 꼴이 되어 토트넘에게 득이 아닌 실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리스크는 언제나 감수해야 하기 마련이다. 23/24 시즌의 게임모델을 미루어 본다면 토트넘은 수비적인 선택에 의한 기회비용이 아닌 공격적인 선택에 의한 기회비용을 지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1시즌 동안 토트넘을 지도하며 좋은 모습도 보였으나 여러 비판점과 한계를 남긴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러한 디테일을 보완한다면 분명 더 완성도 높은 팀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모든 것은 제 사견이며 글의 구조적 안정감을 위해 제 생각임을 밝히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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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L 결승전에서 정규시간이든 연장혈투든, 그리고 승부차기든 최종적으로 승리를 가져갈 팀으로는 레알 마드리드가 32명중 20표를 받으며 62.5%를 차지하며 과반이 넘는 지지를 받았고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남은 12표를 받으며 37.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특히 이 경기 프리뷰를 맡았던 오성윤 군은 "어쩌면 우리가 기대했던 바와 달리 싱겁게 끝날지도 모르는 경기라고 생각한다. 도르트문트 선수단에게 로이스와의 마지막 경기임과 동시에 레알 마드리드 선수단도 크로스와 나초와의 고별전을 치르는 것이기에 전력적으로도 조직적으로도 도르트문트에 비해 뒤처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레알 마드리드의 압도적인 우세를 주장했고 조장현 군 역시 "전력만 놓고 보면 레알의 우위가 확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라고 평가했다.
전력상 레알 마드리드가 앞서지만 도르트문트를 선택한 박영빈 군은 " 이번 컵 대회가 싹 다 거의 언더독이 우승했는데 과연 도르트문트라고 못할까 싶기도 하고 이 팀 전력이 열세인 부분은 맞아도 결승 단판은 아무도 모르는 거라 생각한다."며 도르트문트의 이변을 언급했다.
FCU 회원 중 현역 군인을 제외한 32명의 회원이 투표한 결과에 따르면 여론조사 결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선제골의 주인공으로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될 것이라고 11명이 투표하며 가장 많은 득표수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올 시즌에 도르트문트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해 전반기에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이며 한준희 위원으로부터 마치 최전성기의 뤼트 굴리트와 같다고 평가받았던 주드 벨링엄이 7표를 차지했고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득점왕이자 이번 시즌 브레멘에 입단한 니클라스 퓔크루크가 4표로 세 번째로 많은 선택을 받았다.
비니시우스를 선택한 사람 중 한 명인 강민오 군은 "큰 경기, 특히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 비니시우스는 매우 강한 모습을 보인다."라는 평가를 내렸다. 실제로 준결승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세계 최고급 라이트백 요주아 키미히를 상대로 압도하며 팀의 결승행을 이끈 일등 공신이라 할 만했다.
벨링엄이 선제골을 기록할 것이라 예측한 FCU 고문 이찬영 군은 "그는 클러치를 위해 태어난 남자."라고 대답하며 그의 영웅적인 기질을 높게 평가했고 퓔크루크를 선택한 최현빈 군은 메인 칼럼의 황도윤 군이 지적한 레알 마드리드가 세트피스 부분이 아쉽다는 점을 기억했는지 "초반에 레알 마드리드가 밀어붙이다가 세트피스에서 필크루크가 하나 해줄 것 같다."라는 견해를 냈다.
그리고 도르트문트의 백전노장이자 11년전 UCL 결승전을 치른 경험이 있는 마츠 후멜스와 마르코 로이스,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의 엔진 페데리코 발베르데가 각각 2표를 받았으며 마르셀 자비처, 이안 마트센, 페를랑 멘디, 그리고 다소 이색적이게도 골키퍼인 그레고리 코벨이 한 명의 선택을 받았다.
이 경기에서 도르트문트 소속으로는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로이스는 선발 출전 여부가 불투명함에도 선택을 받았는데 그를 선택한 임규진 군은 "도르트문트에서 뛰는 마지막 경기에서 스스로 보여줄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코벨을 선택한 공윤현 군은 "토너먼트에선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레알 마드리드 측이 강하게 전방압박을 걸다가 어처구니없는 코벨 롱킥골 같은 거 나올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다소 신선한 견해를 밝혔다.
역시 득점과는 다소 거리가 먼 포지션인 각 팀의 레프트백을 선택한 FCU 부회장 허경원 군과 FCU 회원 박영빈 군의 생각을 들어봤는데 허경원 군은 멘디를 선택한 이유를 두고 "비니시우스와 벨링엄을 필두로 한 레알 마드리드의 좌측면 공격은 매우 강력하고 그것을 통해 선제골이 나올 것이다. 상대적으로 상대의 마크에서 자유로운 멘디가 기습적으로 침투하여 골 찬스를 맞이하는 그림이 왠지 그려진다."라고 나름대로 상황을 철저하게 분석해서 답변을 내놓았다.
마트센을 선택한 박영빈 군은 "진짜 왠지 클러치 한방이 있는 선수이기도 하고 이런 빅경기에 박아주면서 (첼시에서 도르트문트로) 완전이적 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서 골랐다."라는 다소 희망이 섞인 답변을 내놓았다. 하기야 선제골은 아니지만 월드컵 결승전에서 득점한 골 중 가장 아름다운 골을 넣은 선수가 사이드백 카를루스 아우베르투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좌우 사이드백들에게도 득점의 기회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
FCU 회원 중 현역 군인을 제외한 32명의 회원이 투표한 결과에 따르면 여론조사 결과 챔피언스리그 UCL 파이널 MOM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높은 선수로는 12명의 선택할 받은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FCU 산하 라리가 팀블로그 부관리자 최원준 군은 "비니시우스의 움직임은 상대하는 어느 팀이던 부담을 느끼게 한다."라고 인터뷰했다.
비니시우스 외에는 벨링엄이 6명의 선택을 받아 2위에 올랐고 공동 3위에는 이 경기에서 가장 관심을 많이 받는 선수인 마르코 로이스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UCL 결승 진출 일등 공신인 그레고리 코벨이 선정되었다. 특히 박현준 군은 코벨을 두고 "레알 마드리드가 주도하는 경기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로 인한 유효타가 레알에서 많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코벨이 선방하는 장면이 꽤 나올 것 같다."라고 예측했다. 사실 도르트문트가 우승할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가 코벨이 레프 야신처럼 압도적인 선방능력을 보여주는 길임을 가능하면 도르트문트 우승이 이뤄질 시 가장 진행될 확률이 높은 시나리오임은 부인할 수 없다.
상술한 4인 이외에는 후멜스와 발베르데가 각각 2표를 받았는데 발베르데를 뽑은 FCU 산하 분데스리가 팀블로그 부관리자 이홍주 군은 "큰 경기에 강한 발베르데가 나름대로 작정하고 나올 보루센 수비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호드리구와 멘디, 그리고 슐로터벡이 1표를 받았다.
호드리구를 선택한 FCU 간부 정재욱 군은 "UCL 토너먼트에서 클러치 능력을 발휘했던 호드리구가 이번에는 결승전에서 도르트문트 수비진을 흔들 것이다."라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여기서도 멘디를 픽한 허경원 군은 "최근 안정적인 폼을 보여주는 멘디는 자신의 본 영역인 수비에서도 준수한 활약을 보여줄 것이고, 선제골과 좋은 경기력으로 MOM까지 수상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과연 연합원들의 예측대로 비니시우스가 결승전 최고의 사나이가 될지 아니면 의외의 선수가 받아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매거진 총괄, 메인칼럼 작성 및 총검수- FCU 회장 박수용
컨텐츠 기획 및 메인칼럼 작성- FCU 부회장 허경원
컨텐츠 기획 및 메인 표지 작성 - FCU 이사 박규빈
목차 이미지 작성 - FCU 이사 장성경
메인테마 칼럼 작성 - FCU 회원 오성윤
메인테마 칼럼 작성 - FCU 회원 황도윤
테마칼럼 작성 - FCU 이사 황선재
테마칼럼 작성 - FCU 이사 강민오
테마칼럼 작성 - FCU 회원 조장현
테마칼럼 작성 - FCU 회원 최민석
여론조사 참여 - FCU 이사 이찬영
여론조사 참여 - FCU 이사 정재욱
여론조사 참여 - FCU 회원 공윤현
여론조사 참여 - FCU 회원 박영빈
여론조사 참여 - FCU 회원 박현준
여론조사 참여 - FCU 회원 이홍주
여론조사 참여 - FCU 회원 임규진
여론조사 참여 - FCU 회원 최원준
여론조사 참여 - FCU 회원 최현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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